[소치]'銀메달' 金연아 편파 판정 실체는 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2-24 07:13


◇러시아의 소트니코바(왼쪽)가 22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피겨스케이팅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김연아를 옆에 두고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소치(러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결국 러시아가 장난을 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피겨여왕' 김연아(24)는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었다.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대회 전부터 음모론이 제기될 정도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은 동계올림픽 '꽃중의 꽃'이다. 개최국 러시아의 금메달 열망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었다. 기대를 넘어 집착의 터널을 걷고 있었다.

설마는 현실이었다. 김연아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144.19점을 받아 전날 쇼트프로그램(74.92점)을 합쳐 219.11점을 기록, 금메달을 놓쳤다.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보이지 않는 손'을 앞세워 프리스케이팅에서 149.95점(쇼트프로그램 74.64점)을 받았다. 224.59점으로 역전했다.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216.73)가 동메달을 목에 건 가운데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200.57점)와 아사다 마오(일본·198.22점)는 5, 6위에 머물렀다.

김연아는 소냐 헤니(노르웨이·1924년 생모리츠∼1932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3연패)와 카타리나 비트(동독·1984년 사라예보∼1988년 캘거리·2연패)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지만 문턱에서 그 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한국 뿐이 아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전세계 언론에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편파 판정 논란의 실체는 분명 존재한다.

심판의 검은손 구성

피겨는 심판들의 주관적인 관점이 가미된다. 그런데 요소요소에 러시아가 키를 쥐고 있었다. 여자 싱글의 테크니컬 패널의 컨트롤러가 러시아의 알렉산더 라케르니크였다. 컨트롤러, 스페셜리스트(네사 구스메롤리·프랑스),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올가 바라노바·핀란드)로 구성된 테크니컬 패널은 점프의 종류와 그에 따른 기초점, 에지(스케이트 날)의 사용, 다른 기술 과제의 레벨(1~4레벨 점수)을 결정한다. 1차적으로 스페셜리스트가 판정을 한다.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충돌할 경우 최종 결정은 컨트롤러의 몫이다. 또 컨트롤러는 수행 기술의 적합성을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스페셜리스트 두 명이 반대하면 컨트롤러의 결정이 채택되지 않지만 권한은 막강하다.

수행점수(GOE)인 가산점과 예술점수(PCS)는 심판의 몫이다. 9명으로 구성되는 데 프리스케이팅에서 의혹의 인물들이 포진했다. 발렌틴 피세프 러시아 피겨스케이팅협회 회장의 부인 알라 셰코브세바(러시아)와 1998년 나가노올림픽 때 아이스댄스의 판정을 조작하려다 적발된 유리 발코프(우크라이나)가 포함됐다. 발코프는 1년간 자격정지를 당했다 복귀했다. 덫이 있다. 심판 판정은 모두 익명으로 점수가 게재된다. 투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리플레이 오퍼레이터인 알렉산더 쿠즈네소프도 러시아 출신이었다. 러시아가 주연을 맡았고, 그 외는 조연에 불과했다.

허점 투성이 판정


소트니코바의 프리스케이팅 첫 번째 점프과제는 김연아와 같은 트리프 러츠-트리플 토루프다. 출발부터 평가는 널을 뛰었다. GOE는 -1점과 3점, 극과 극이었다. 두 점수는 제외됐지만 1점을 챙기며 흐름을 탔다. 명백한 실수가 있었던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는 지나치게 관대했다. 기술점수는 인정받았고, GOE만 0.90점의 감점을 받았다. 스텝과 스핀 또한 두 발이 엉키는 장면을 연출하며 수준이 떨어졌지만 최고 레벨을 받았다. 스텝시퀀스의 경우 레벌 4에다 GOE가 무려 1.70점이었다.

반면 김연아는 트리프 러츠-트리플 토루프와 코레오 시퀀스에서 1.60점, 1.50점의 GOE를 받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에서는 대부분 1점대 초반이나 그 아래였다. 스텝시퀀스도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지만 레벨 3을 받는 데 그쳤다. 기술 점수에서 소트니코바는 61.43점을 챙겼고, 김연아는 57.49점이었다. GOE에서도 소트니코바가 14.11점, 김연아는 12.2점에 불과했다.

PCS도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 구성점수는 스케이팅 기술 트랜지션 퍼포먼스 안무(컴포지션) 음악해석 등의 5개 부문으로 나눠 각각의 구성요소에 대해 점수를 준다. 그리고 '팩터(Factor·1.60·프리스케이팅)'와 곱해 총점을 도출한다. 김연아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구성 점수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 소트니코바와는 레벨이 다르다. 현실이 그랬다. 누가봐도 김연아의 예술성이 한 수 위였다. 그러나 PCS에서도 큰 차는 없었다. 김연아가 75.50점인 데 비해 소트니코바는 무려 74.41점을 받았다. 0.09점 차는 둘의 기술점수를 감안하면 사실상 무의마하다.

김연아는 흠없는 완벽한 쇼를 펼쳤다. '클린 연기'였지만 심판은 외면했다. 소트니코바는 홈관중의 열광과 관대한 평가에 챙길 것은 모두 챙겼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지존이 바뀌었고,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소치동계올림픽의 최대 오점으로 남았다.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싶다는 김연아가 허무하게 웃을 뿐이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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