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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김연아의 가장 축하받고 아쉬울 졸업식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4-02-19 09:05


17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케이팅 훈련장에서 한국 여자 피겨 선수들의 훈련이 열렸다.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큰 아들 졸업식에 갔다. 초등학교 6년의 시간이 어찌 그리 빨리 지나갔는지. 코 흘리던 입학식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졸업이다.

졸업식장, 예전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무엇보다 졸업생 수가 300명이 안됐다. 기자가 졸업할 때는 운동장이 꽉 찼는데, 강당으로 충분했다. 교장선생님이 일일이 졸업장을 나눠줬다. 예전에는 꿈도 못 꾸었던 일이다. 그 때는 대표 몇명만 받았더랬다.

선생님보다 키가 훌쩍 큰 아이들도 많았다. 체형도 우리 때랑 달랐다. 잘먹고, 잘들 크나 보다.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한가지 또 놀라운 점, 이 아이들 교장선생님 말씀을 듣지도 않는다. 서로들 이야기하느라, 휴대폰 보느라 '나 몰라라'다. 섭섭하신 교장선생님이 급기야 "마지막이니까 여러분 교장선생님 좀 보고 이야기를 들어보세요"라고 하셨다. 나 참, '이놈'들 같으니. 예전에는 추운 운동장에서 꼼짝도 않고 들었었다. 교장선생님은 하늘같았다. 세월이 변하기는 했나 보다.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졸업노래가 바뀌었다. 후배들이 불러줬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는 없었다. 졸업생이 불렀던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가 아니었다. 박수를 치는 경쾌한 노래가 흘렀다. 아들 학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많이 바뀌었다.

꽃다발을 주며, 사진을 찍어주며 아들을 축하해줬다. "축하한다. 이제 또 시작이야"라는 말을 해줬다.

그러고 보니 인상에 남는 순서가 있었다. 아이들이 졸업장을 받을 때 영상을 통해 미리 남긴 한마디씩이 나왔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배는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헐, 명언이다. '고통없는 성공은 없다.' 벌써 많은 걸 알고 있구나. '인생은 길다.' 이건 너네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생각도 못한 말들을 쏟아냈다. 물론 떠나는 아쉬움, 잊지 않겠다는 약속들이 많았다. 졸업식장을 쉽게 못 떠나는 모습들은 어쩔 수 없었다. 아쉬운 표정의 아들,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줬다.

우리들의 여왕이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김연아(24)가 선수생활 졸업모를 쓴다. 20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다 알다시피 은퇴무대다. 마지막을 위한 준비는 다 됐다. 18일 훈련을 끝낸 뒤 "준비는 완벽하게 했다. 하지만 피겨라는 것이 실전에선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긴장을 하지않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집중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빨리 경기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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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 가 있는 후배에 따르면 모든 것이 좋다고 한다. 훈련 때도 거의 실수가 없단다.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쳐보인다고 한다. 클래스가 다른 여왕이니, 당연한 거다.

당연히 국민들의 기대도 크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기는 했다. 금메달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믿음이 있다. 올림픽 2연패에 대한 기대감이다. 안 그려려고 해도, 사람의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졸업식을 이야기했다. 축하받는 자리다. 새 출발을 격려하는 자리다. 김연아의 졸업식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뒀다.

여왕이 가장 아쉬울 거다. 환희와 좌절, 모든 것을 맛보고 이겨냈던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과의 작별이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같이 한 시간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선생님의 가르침 잊지 않을게요"라고 한 그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그 아쉬움에 축하의 말 한마디씩 해주고 싶은 마음들이 굴뚝 같을 것이다. 축하의 박수라도 힘껏 쳐주자.

글을 쓰다보니 문뜩 생각나는 게 있다. 졸업식 때 아이들이 남긴 멘트 중 하나다. '가장 배우기 힘든 기술은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이다.' 참 나, 초등학생이 한 말이라니. 그냥 생각이 나서 읊어봤다.

조금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축하해주고 싶은, 또 가장 아쉬운 졸업식이 열린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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