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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걸' 최운정(24)이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우승 문턱에서 몇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6일(한국시각) 호주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호주오픈에서도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이 대회는 아쉬움이 컸다. 3라운드에서 이글 2개, 버디 7개, 보기 1개로 10언더파를 몰아쳤다. 최상의 샷감을 자랑했다. 하지만 마지막날까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카리 웹(호주)에게 1타차로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최운정은 2009년 루키 시즌 상금랭킹 89위, 2010년에는 71위, 2011년에는 35위로 톱10에 두 번 입성했다. 2012년에는 상금랭킹 20위에 이어 톱10을 8번 기록, 기복 없는 성실한 투어 생활을 해왔다. 지난해도 꾸준한 성적으로 상금랭킹 17위를 기록했다.
LPGA 투어 정상에 오를만한 실력은 갖췄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LPGA투어 개인 최고 성적은 2012년 메뉴리얼라이프 클래식과 2013년 미즈노 클래식에서 얻은 준우승이다. 지난해엔 유럽여자프로골프(LET)투어 개막전인 2013년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즈와 미즈노 클래식에서 첫 승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아쉬움을 삼켰다.
국산 컬러공 중에 오렌지색을 선호하는 최운정은 팬들로부터 '오렌지걸'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LPGA 투어에 이름을 알리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가족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취미로 골프를 하던 어머니를 통해 처음 골프채를 잡게 된 최운정은 처음부터 골프선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처음 대회에 나간 것은 골프 시작 후 반년이 지난 후, 최운정은 70여 명 참가 선수 중 뒤에서 2등을 했다.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낸 천재형 선수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모님도 전형적인 '골프대디'나 '골프맘'이 아닌 맞벌이 부모이었기 때문에 최운정은 다른 선수들이 부모와 코스를 돌며 연습할 때 120야드 '닭장(연습장)'에서 볼을 치는 것이 전부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우승을 하고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다. 최운정은 "우승을 하니까 더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하고 싶어서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보내달라고 아빠를 졸라대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할 당시를 회상했다. 부모님도 최운정의 뜻을 꺾을 수 없었고 아버지는 과감히 최운정을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2007년 최운정 아버지는 직장을 정리하고 그 퇴직금으로 최운정과 함께 미국 올랜도로 떠났다.
2008년 최운정은 LPGA 투어 출전권을 따기 위한 Q스쿨을 준비했다. 20위 안에 들어야 2009년 풀 시드권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최운정은 공동 21위에 그쳤다. 대회장을 빠져 나와 집을 향하는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LPGA 사무국은 시드권을 반납한 선수가 있어 이들 4명의 공동 21위 가운데 2명에게 추가 시드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타이어가 타는 냄새란 이런 거구나라고 그때 처음 생각했다, 언니가 그 때 운전 했는데 대회장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거리를 30분만에 되돌아갔다. 그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최운정은 당당히 시드권을 받았다.
아버지 최지연씨(55)는 '신세대 골프대디'로 LPGA 투어에서도 유명하다. 우승에 욕심내거나 무리한 훈련 대신, 컨디션 완급 조절과 정신적으로 최운정에게 많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최운정은 이런 아버지에 대해 늘 고마움을 전한다. 그는 "우승하면 아버지에게 캐디백을 그만 메시라고 할 것이다. 하루 빨리 우승해서 아버지가 은퇴하시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운정은 국산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볼빅 골프공을 사용중인 최운정은 "중고연맹 대회때 이 공으로 좋은 성적을 낸 경험이 많아서 익숙하고 좋다" 며 "국산 볼이라고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컬러볼 볼빅을 만나서 오렌지 걸로 나만의 캐릭터를 확고히 만든 것도 나에게는 대단한 행운이다. 좋은 성적을 거둬 국산 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였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