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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의 꿈은 간절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퉁퉁 부어오른 무릎을 감싼 채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박승희(화성시청)에게 4년전 밴쿠버는 악몽이었다. 3000m 계주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찮은 실격 판정을 받았다. 한국의 전무후무한 계주 5연패 기록은 막을 내렸다. 왕 멍의 중국이 금메달을 가져갔다. 막내로 출전한 박승희는 1000m, 1500m에서 2개의 동메달을 따내고도, 언니들에게 미안해서 눈물을 쏟았다. 한국 여자쇼트트랙은 올림픽에서 18년만의 '노골드'를 기록했다.
투혼의 레이스 직후 얼음에 부딪친 박승희의 무릎이 퉁퉁 부어올랐다. 시상식에서 절뚝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16일 여자 1500m 출전을 포기했다. 4년을 별러온 계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18일 여자 3000m 계주에서 에이스 박승희는 1번 주자로 나섰다. 경기를 앞두고 '박승희 어머니' 이옥경씨는 말했다. "스스로 뛰겠다고 말했다니까 아마 괜찮을 거예요. 승희는 뭘 하든 책임을 지는 아이니까."
닷새동안 오직 치료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박승희는 '모태' 천주교 신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연아, 박승희, 박승주, 박세영, 김아랑, 이한빈 등 천주교 선수들을 위해 임의준 태릉선수촌성당 신부를 소치로 파견했다. 임 신부는 경기 기간 내내 '멘토'를 자임했다. 안팎으로 유난히 힘겨운 올림픽이었다. 믿을 것은 '하늘'뿐이었다. 선수들은 수시로 '신부님'을 찾아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임 신부가 자신의 SNS에 찍어올리는 선수들의 모습은 뭉클했다. 무릎을 동여맨 채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박승희의 모습은 특히 더 그랬다. 그 간절함이 통했다. 하늘은 금메달로 응답했다. 박승희의 여자 쇼트트랙팀이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8년만에 다시 여자 3000m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왔다. 4년전 노메달의 아픔도, 500m 동메달의 아쉬움도, 무릎의 통증도 치유됐다. 박승희는 "빼앗긴 금메달을 되찾아온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4년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던 약속을 지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