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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나온 금메달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준비한 4년이 온갖 논란에 묻혔다. 동계올림픽하면 쇼트트랙이었다. 가장 많은 메달을 수확하며 온 국민에 기쁨을 선물한 과거는 없었다. 비리 집단으로 전락했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남자 대표팀은 기대했던 1500m와 1000m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5000m 계주에서는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신다운은 SNS, 이한빈은 태업 논란에 시달렸다. 안현수가 승승장구하며 상대적으로 더욱 초라해졌다.
위기의 쇼트트랙을 구해낸 것은 박승희 심석희 조해리 김아랑으로 이루어진 여자 계주 대표팀이었다. 입버릇처럼 말했던 30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여자 계주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펼쳐진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4분9초498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출발은 좋았다. 1번 주자 박승희가 좋은 스타트로 치고 나가며 선두를 차지했다. 한국은 한동안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16바퀴를 남기고 김아랑이 중국에게 추월당했다. 3바퀴 후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2번 주자 심석희는 캐나다 선수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3위로 달리던 한국은 11바퀴를 남기고 다시 2위로 올라섰다. 김아랑이 캐나다 선수를 제쳤다. 9바퀴를 남긴 상황에서는 박승희가 다시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3바퀴를 남기고 박승희는 다시 중국 선수에게 추월당했다.
2위로 끝나는 듯 했다. 그 순간 심석희가 있었다. 심석희는 반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에서 속도를 냈다. 그러더니 중국 선수를 제치고 맨 먼저 골인했다. 기록은 4분9초498. 우승이었다.
금메달 확정 후 최광복 코치는 두 팔 벌려 포효했다. 선수들은 그 앞에서 다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씻는 아름다운 눈물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