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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는 한국의 아성이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노르웨이) 대회를 필두로 2006년 토리노(이탈리아) 대회까지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2010년 밴쿠버(캐나다) 대회는 통한의 무대였다. 박승희(22·화성시청)는 당시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조해리(28·고양시청) 이은별(23) 김민정(28) 등 언니들과 함께한 3000m 계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했다. 중국에 금메달을 빼앗겼다. 예기치 못한 악몽에 모두가 눈물을 쏟았다.
무릎부상으로 1500m에서 기권한 박승희는 16일 3000m 계주를 위해 훈련을 재개했다. "고민하다 훈련에 참가했다. 완전히 나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통증이 있지만 테이핑을 하고 참을 수 있으면 참으려고 한다.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괜찮다." 특유의 미소가 흘렀다. 그는 500m 결선에서 오른무릎을 다쳤다. 퉁퉁 부어오른 무릎은 붓기가 빠지고 있다. 자신감은 강했다. 박승희는 "오랫동안 계주 훈련을 함께 해왔고, 오늘 훈련 후 괜찮아서 다들 안심을 하더라.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분명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심석희는 이날 훈련에서 가장 많은 땀을 쏟았다. 휴식 시간에도 트랙을 돌고 또 돌며 심기일전했다. 값진 은메달이었지만 아쉬움이 강했다. 그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저우양(23·중국)의 '영리한 몸싸움'에 역전을 허용했다. 노련미에 허를 찔렸다. 올림픽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 번이면 충분하다. 두 번의 눈물은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1500m에 이어 3000m 계주를 주력 종목으로 꼽은 바 있다.
현재 3000m 세계 신기록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러시아 콜롬나에서 벌어진 월드컵 4차대회에서 4분06초215를 기록했다. 박승희 심석희 조해리 김아랑(18·전주제일고)이 짝을 이뤘다. 현재의 올림픽 멤버다. 세계랭킹도 1위다. 금메달을 넘어 올림픽 신기록도 꿈꾸고 있다. 밴쿠버에서 중국이 기록한 4분06초610을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효자종목' 쇼트트랙은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노메달의 위기에 몰렸다. 여자가 과제를 떠안았다. 그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밴쿠버에서 18년 만에 기록한 '노골드의 한'도 털어내야 한다. 박승희는 "밴쿠버는 이미 잊은 지 오래됐다. 어제는 분위기가 좀 그랬는데 오늘은 다시 올라오고 있다. 밝아졌다. 이미 끝난 일이다.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충돌, 실격 등 소치에서 쇼트트랙은 요란하다. 변수로 넘쳐난다. 과연 태극낭자들이 쇼트트랙의 눈물을 닦을 수 있을까. 여자 3000m 계주, 한국 쇼트트랙 부활의 단추가 될 지 관심이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