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다시 돌아본 올림픽 피겨 역사의 명승부들

기사입력 2014-02-17 16:40 | 최종수정 2014-02-18 07:09

[포토]김연아
16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한국 여자 피겨 선수들의 공식 훈련이 열렸다. 한국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을 연기하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6.

피겨스케이팅에서 올림픽의 권위는 상당하다. 제 아무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시리즈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선수로서의 명성은 크게 떨어진다. 반대로 그랑프리시리즈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부진하더라도 올림픽 금메달 하나만 따내면 부와 명예를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이 때문에 매 올림픽마다 피겨에서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도전을 앞두고 역대 피겨 역사를 수놓은 명승부를 살펴봤다.

브라이언의 전쟁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승부 중의 하나가 바로 '브라이언의 전쟁'이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이었다. 캐나다의 브라이언 오서와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가 맞붙었다. 오서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를 지도한 그 사람이다. 이번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을 따낸 하뉴 유즈루(일본)의 스승이기도 하다. 오서는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1988년 대회가 홈에서 열리는만큼 금메달의 유력 후보였다. 보이타노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전미선수권대회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미국 최고의 스케이터였다. 하지만 오서와의 역대 전적에서는 1승5패로 약했다.

올림픽 무대에서의 경쟁은 치열했다. 지금은 싱글에서 없어진 컴펄서리 종목(제시된 도형을 정확하게 활주하였는가에 따라 채점하는 경기) 결과 보이타노는 2위, 오서는 3위를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쇼트에서는 오서가 1위, 보이타노가 2위에 올랐다. 컴펄러시 1위였던 알렉산더 파데예프는 3위로 떨어졌다. 컴펄서리와 쇼트의 점수 합산 결과 보이타노가 1위, 오서가 2위를 달렸다. 프리에서 이기는 선수가 결국 금메달이었다. 프리에서도 박빙이었다. 두 선수 모두 총점에서 동률이었다. 당시 동점자 처리 규정에 따라 프리에서 기술 점수가 0.1점 높았던 보이타노가 승리, 금메달을 차지했다.

콤비네이션 vs 트리플 악셀의 대결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여자 싱글은 '일본계'와 '일본'의 대결이었다. 일본계 미국인인 크리스티 야마구치는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여기에 도전장을 낸 선수가 일본인 이토 미도리였다. 이토는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5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198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사상 최초로 동양인 우승의 역사를 일구어냈다. 알베르빌에서의 승부를 피할 수 없었다.

야마구치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들고 나왔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했다. 트리플 루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나머지 요소를 무난하게 수행했다. 여기에 예술성에도 신경을 썼다. 이 대회에서는 점수가 같을 때 예술 점수가 높은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야마구치는 9명의 심판들 가운데 8명에게서 예술 점수 5.9점(6.0 만점)을 받았다.

반면 이토는 필살기 '트리플 악셀'에 매진했다. 1989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의 초석도 트리플악셀이었다. 이토는 올림픽에서 2번의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 두번 모두 성공하면 예술 점수 경쟁까지 가지 않고 총점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첫번째 트리플 악셀부터 틀어졌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두번째 트리플 악셀에는 성공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졌다. 예술 점수에서 5.8점을 받으며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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