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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다음 차례는 제일 높은 곳일 테니까 더 힘내면 돼.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늘은 우릴 도와줄 거야!'
여자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조해리는 지난 15일 소치동계올림픽 1500m 레이스를 마친 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박승희가 여자 500m에서 투혼의 동메달을, 심석희가 15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해리의 말대로 '이제 다음 차례는 제일 높은 곳'일 것이다.
계주 멤버로 소치에 온 조해리는 무릎을 다친 박승희 대신 15일 1500m 경기에도 나섰다. 스물여덟 맏언니의 마지막 올림픽, 예정에 없던 출전이었다. 급성위염에 시달렸던 후배 김아랑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예선통과 직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조해리는 김아랑과 함께 준결승 스타트라인에 섰다. 든든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했다. '동생' 김아랑의 결승행을 도왔다. 실격은 아쉬웠지만 '언니'는 최선을 다했다.
여자쇼트트랙 대표팀의 자매애는 끈끈할 수밖에 없다. 조해리와 박승희는 4년전 밴쿠버올림픽 계주 멤버다. 1위로 골인한 후 실격의 아픔을 함께 겪었다.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다. 소치를 향하는 각오는 결연했다. 박승희와 김아랑은 친자매와 다름없다. 주말 외박때면 김아랑은 화성에 있는 박승주, 박승희 자매의 집에 함께 머문다. 천주교 신자인 박승희 가족의 영향으로 김아랑도 영세를 받았다. 박승희 어머니 이옥경씨가 김아랑의 대모다. '고등학생 막내' 심석희, 공상정은 의젓하고 기특한 후배들이다. 밝고 따뜻한 언니들을 잘 따른다. 단단한 실력과 팀워크로 똘똘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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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쇼트트랙 자매들이 한마음으로 염원한 건 3000m 계주 금메달이었다. 다함께 시상대 꼭대기에 오르는 꿈이다. 이들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한목소리로 계주를 언급했었다. "계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국이 어떤 방법을 써서 우리를 당황시킬까, 그런 걸 대비하려고 동영상을 더많이 보고 있다. 우리끼리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4년 전 밴쿠버의 아픔을 털어내고, 만신창이가 된 쇼트트랙의 아픔을 치유할 '힐링 금메달'을 꿈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