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女쇼트트랙 자매애-절실함 '치유의 금' 꿈꾼다

기사입력 2014-02-17 17:30 | 최종수정 2014-02-18 07:09

[포토] 쇼트트랙 박승희
13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전이 열렸다. 경기에서 넘어져 3위에 그친 박승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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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다음 차례는 제일 높은 곳일 테니까 더 힘내면 돼.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늘은 우릴 도와줄 거야!'

여자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조해리는 지난 15일 소치동계올림픽 1500m 레이스를 마친 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박승희가 여자 500m에서 투혼의 동메달을, 심석희가 15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해리의 말대로 '이제 다음 차례는 제일 높은 곳'일 것이다.

러시아에 귀화한 빅토르 안의 금메달 이후 '겨울왕국'은 시끄럽다. 하지만 파벌이니, 권력이니 하는 것은 다 어른들의 이야기다. 지난 4년간 차가운 얼음판에서 동고동락해온 선수들은 소중한 가족이자, 애틋한 자매다. 조해리 박승희 공상정 김아랑 심석희, 대한민국 여자쇼트트랙 대표팀의 우애는 같하다. 후배 박승희 김아랑 심석희의 500m 출전을 앞두고 조해리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이쁜이들 승희 아랑이 석희 오백 시작해요, 응원해주세요 많이많이!' 여자 500m에서 영국선수에게 걸려 넘어지며 금메달을 놓친 박승희가 가장 먼저 찾은 건 언니 조해리였다. "정말 잘했어. 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어." 조해리는 오열하는 동생 박승희를 따뜻하게 다독였다. 언니의 위로에 동생은 눈물을 닦았다.

계주 멤버로 소치에 온 조해리는 무릎을 다친 박승희 대신 15일 1500m 경기에도 나섰다. 스물여덟 맏언니의 마지막 올림픽, 예정에 없던 출전이었다. 급성위염에 시달렸던 후배 김아랑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예선통과 직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조해리는 김아랑과 함께 준결승 스타트라인에 섰다. 든든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했다. '동생' 김아랑의 결승행을 도왔다. 실격은 아쉬웠지만 '언니'는 최선을 다했다.

여자쇼트트랙 대표팀의 자매애는 끈끈할 수밖에 없다. 조해리와 박승희는 4년전 밴쿠버올림픽 계주 멤버다. 1위로 골인한 후 실격의 아픔을 함께 겪었다.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다. 소치를 향하는 각오는 결연했다. 박승희와 김아랑은 친자매와 다름없다. 주말 외박때면 김아랑은 화성에 있는 박승주, 박승희 자매의 집에 함께 머문다. 천주교 신자인 박승희 가족의 영향으로 김아랑도 영세를 받았다. 박승희 어머니 이옥경씨가 김아랑의 대모다. '고등학생 막내' 심석희, 공상정은 의젓하고 기특한 후배들이다. 밝고 따뜻한 언니들을 잘 따른다. 단단한 실력과 팀워크로 똘똘 뭉쳤다.
혜민스님과쇼트트랙대표팀
소치로 향할 때 이들은 각자 가슴속에 품은 꿈이 있었다. 1500m 랭킹 1-2위 심석희와 김아랑은 장거리 금메달을 바라봤다. 심석희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승희는 '레전드' 전이경, 진선유도 따지 못한 500m 금메달을 꿈꿨다.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5명의 쇼트트랙 자매들이 한마음으로 염원한 건 3000m 계주 금메달이었다. 다함께 시상대 꼭대기에 오르는 꿈이다. 이들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한목소리로 계주를 언급했었다. "계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국이 어떤 방법을 써서 우리를 당황시킬까, 그런 걸 대비하려고 동영상을 더많이 보고 있다. 우리끼리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4년 전 밴쿠버의 아픔을 털어내고, 만신창이가 된 쇼트트랙의 아픔을 치유할 '힐링 금메달'을 꿈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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