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소치 인사이드]⑨폭풍전야의 고요, 금주령까지

기사입력 2014-02-17 14:08 | 최종수정 2014-02-18 07:09

[포토] 훈련하는 쇼트트랙 대표팀
16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케이팅 훈련장에서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훈련이 열렸다. 훈련에서 선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6.

변덕스러운 날씨입니다.

지난 주에는 너무 더워 말썽이었습니다. 설상종목이 벌어지는 산악클러스터에는 눈이 녹아 애를 먹었습니다. 기자는 묵는 호텔 숙소에서 모기와 동고동락했습니다. 동계올림픽에 웬 모기, 소치가 그랬습니다. 어젯밤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산악에는 짙은 먹구름과 안개로 뒤덮여 사격을 해야하는 바이애슬론 경기가 연기됐습니다. 비가 내린 후 이상 고온 현상이 주춤할거라는 예보가 나와 소치올림픽조직위원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마치 대한민국 선수단의 날씨를 연상케 합니다. 폭풍전야의 고요가 흐르고 있습니다. 3회 연속 톱10 진입은 희미해졌습니다. 당초 금메달 4개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가 너무 인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6개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미 물건너갔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모태범), 쇼트트랙 남자(이한빈), 여자(심석희) 1500m에서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습니다.

17일(한국시각) 현재 한국은 금1, 은1, 동1입니다. 10위보다 20위가 더 가깝습니다. 남은 일정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종목은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와 김연아의 피겨 여자 싱글, 당초 은, 동메달을 계획한 쇼트트랙 여자 1000m입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이 출전하는 남자 1만m와 팀추월도 메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수단 임원들에게는 금주령이 내려졌습니다. 혹시 모를 '참사'를 막기 위한 자구책이라고나 할까요. "분위기가 좋을리가 없죠." 선수단 동정을 묻는 질문에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그렇다고 고개까지 숙일 필요는 없습니다. 메달과 바꿀 수 없는 것이 선수들이 4년간 흘린 땀방울입니다. 힘이 없기는 합니다. 최광복 쇼트트랙 코치는 승패를 떠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늘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하지만 16일 그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갔습니다. "쇼트트랙이 부활하면, 올림픽이 다 끝나면 그 때 모든 것을 얘기하겠습니다."

선수들도 속상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쟁'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김연아는 휴식을 취한 15일 짬을 내 쇼트트랙을 관전했습니다. 그 날 한국 선수들은 울었습니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와 중국의 저우양만 웃었습니다. 그녀도 아쉬움이 진했습니다. "스포츠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속상해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각오를 묻자 "모든 선수들이 다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라며 웃었습니다.

3회 연속 톱10 진입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는 없습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 때 기대 이상(금6, 은6, 동2)의 환희가 있었다면, 절망도 겪어야 할 운명입니다. 물론 절망으로 끝이 나서는 안됩니다. 반성할 부분이 있으면 반성해야 합니다.

또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치동계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태극전사들 힘내세요. 다시 한번 파이팅!
소치(러시아)=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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