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추방된 러서 금빛 연기 도전하는 女피겨선수 스토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2-18 07:09


◇엘레네 게데바니시빌리. 사진캡처=소치 동계올림픽 홈페이지

적진 한복판에서 과연 조국에게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까.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 출전하는 엘레네 게데바니시빌리(24·그루지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게데바니시빌리는 "그루지야의 자존심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술을 깨물고 있다.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다른 선수들과는 풍기는 분위기가 확연히 틀리다.

게데바니시빌리는 러시아에서 찬밥 신세를 겪었다. 그루지야와 러시아 간의 대립이 격화되던 2006년 서류 불충분을 이유로 어머니와 함께 강제 추방 당했다. 한 순간에 연습 장소를 잃은 게데바니시빌리는 주변의 도움으로 캐나다 토론토에서 연습을 이어가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자신을 내쫓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대한 의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루지야의 아픈 역사도 숨어 있다. 그루지야는 2008년 8월 러시아와 분쟁 끝에 결국 전쟁까지 치렀다. 러시아 시민권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자국 영토 남오세티아의 분리독립을 막으려다 러시아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구 소련 붕괴 후 친 서방 정책을 표방한 끝에 나토(NATO) 가입까지 추진하는 그루지야는 러시아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 중 하나로 꼽히는 러시아를 그루지야가 막아내기란 역부족이었다. 전쟁개시 5일 만에 남오세티아 지방 뿐만 아니라 국토 20%를 잃는 참담한 결과를 얻었다. 그루지야 정부는 현재까지 러시아가 자국 영토를 부당하게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오히려 전쟁의 책임을 그루지야에 전가하고 있다. 그루지야 정부는 소치 동계올림픽이 '평화의 제전'인 만큼 불참할 이유가 없다며 선수단 4명을 파견한 상태다.

게데바니시빌리는 러시아에 대한 입장 표명은 최대한 아꼈다. "이번 대회와 스포츠에 대한 질문만 해달라"고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루지야에 자부심을 안겨주고 싶다. 가족들이 더 이상 어려운 생활을 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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