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이 밉다' 아크슈티르의 눈물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2-18 11:11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12년 12월 건설 자재들이 아크슈티르 마을에 버려져 있다. 사진캡처=휴먼라이츠워치 홈페이지

세계인의 축제 한마당에서 이웃은 희생당하고 있다.

소치 인근의 평온한 농촌이었던 아크슈티르 마을이 울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해 12월 31일 아크슈티르 마을을 찾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건설 작업으로 희생된 마을이라며 실상을 폭로한 바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18일 러시아 소치 인근의 아크슈티르 마을을 찾았다. 아크슈티르 마을을 둘러본 산케이신문 취재진은 '이 마을은 7년 전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이후 건축 자재 불법 투기장이 되면서 대량의 분진 탓에 주민 건강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나 행정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소치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희생된 마을'이라고 지적했다.

아크슈티르는 올림픽경기장 부근을 흐르는 무지무타 강가의 구릉지대에 위치한 한가로운 농촌이었다. 올림픽 유치가 불행의 씨앗이 됐다. 마을 인근에 채석장이 생기면서 이를 운반하기 위한 중장비가 마을을 오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채석 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 폐기물을 불법적으로 투기했다. 이로 인해 아크슈티르 마을은 채석장에서 나오는 먼지에 뒤덮였고, 산업 폐기물로 인해 환경 파괴도 급속히 진행됐다. 심지어 마을 주민들이 식수로 쓰던 지하수도 오염되어 심각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 주민은 "올림픽에 삶을 빼앗겼다. 올림픽이 밉다"고 눈물을 흘렸다.

러시아 정부의 늑장 행정이 질타를 받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올 초 '아크슈티르 마을 주민들이 올림픽을 위한 인적 희생을 강요 당하고 있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진정을 내자, 소치 당국은 지난해 상수도 건설을 약속했다. 그러나 환경 오염으로 인한 주민 치료비 및 금전적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5년째 아크슈티르에 거주 중인 알렉산드르 카라포프는 "과수원을 했는데 채석장 때문에 모든 나무가 시들어 생업을 일었다"며 "나는 올림픽 난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유치 이후 개발이 이뤄지면 마을의 삶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품었지만, 오히려 반대였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크슈티르의 채석장은 올림픽 기간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 그러나 폐막식이 끝난 뒤부터는 다시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아크슈티르 마을 주민들은 인간 방패를 만들어 중장비 진입을 막을 계획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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