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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日, 20세 청년 하뉴 金에 더 열광하는 이유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2-16 16:18


◇하뉴가 16일 오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올림픽파크 메달 프라자에서 열린 빅토리아 세리머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열도가 흥분에 휩싸였다.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간판 하뉴 유즈루(20)가 아시아 선수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하뉴는 15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9.66점과 예술점수(PCS) 90.98점, 감점 2점 등 178.64점을 획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의 101.45점을 더해 280.09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 3연패에 빛나는 우승후보 패트릭 챈(캐나다·275.62점)을 제치면서 세계 최정상에 섰다. 하뉴의 프리스케이팅 점수가 발표되던 순간 일본 전국 평균 TV시청률은 15.3%까지 치솟았다. 일본은 인기 드라마의 첫 기준이 15% 시청률 돌파다. 하뉴의 프리스케이팅이 새벽 3시 경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눈이 하뉴에 쏠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언론들도 하뉴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직후부터 16일 현재까지 240여건의 기사를 쏟아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호외를 발행해 하뉴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하뉴는 수려한 외모로 일본 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선수다. 하지만 일본이 하뉴에 열광하는 이면에는 아픔이 숨어 있다. 하뉴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직접 타격을 입은 미야기현 센다이 출신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날 당시 현내 전용 스케이트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스케이트도 벗지 못한 채 링크에서 뛰쳐나와야 했다. 하뉴의 탈출 후 아이스링크는 붕괴됐고, 하뉴의 집 역시 큰 피해를 입어 4일간 대피소 생활을 해야 했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하뉴는 피겨 스케이트를 포기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2011년 9월 네벨호른컵에서 복귀, 시니어 무대 첫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지진 트라우마'에 신음하던 일본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일본 언론들은 하뉴의 올림픽 금메달을 두고 '동일본 부흥과 재건을 위한 용기를 선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뉴에게 동일본 대지진은 여전히 아픈 기억이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동일본 대지진 문제를 입에 올리긴 어렵다"면서 "내가 금메달을 따낸다고 해서 (동일본) 부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무력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동일본 부흥에 도움을) 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가 시작 아닐까"라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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