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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퍽은 작다. 지름은 7.62㎝, 두께는 2.54㎝, 무게를 156~170g에 불과하다. 고무로 만든 퍽은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 싼 것은 하나에 250원에서 1000원 안팎이다. 실제 프로 경기에 쓰이는 공식 퍽은 1~2만원 정도다.
16일 새벽. 이 작은 퍽 하나가 '세계를 들었다놨다' 하는 인물 두 명을 들었다놨다. 한 명은 현장에서 울었다. 다른 한 명은 모바일 세상에서 웃었다. 현장에서 아쉬운 표정을 지은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스마트폰 너머에서 웃음 지은 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이번 대결은 올림픽 최고의 흥행카드였다. 양 팀 모두 상대에게만큼은 승리해야했다. 아이스하키는 양 국가 모두의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다. 미국은 캐나다와 함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운영하고 있다. NHL은 전세계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다. NHL을 운영하고 있는만큼 우승은 필수였다.
러시아 역시 아이스하키를 좋아한다. 수많은 선수들이 NHL에서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또 다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2008년 러시아는 체코,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들과 함께 컨티넨탈아이스하키리그(KHL)를 출범시켰다. 수많은 러시아 가스 및 석유 재벌들이 돈뭉치를 들고 뛰어들었다. 아이스하키 광인 푸틴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다. NHL에서 뛰고 있는 동유럽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KHL의 세계적인 흥행을 위해서라도 러시아는 우승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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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대결의 초반 분위기는 러시아가 잡았다. 2피리어드 4분 15초만에 파벨 다축이 선제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곧바로 미국이 캠 파울로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3피리어드 들어 미국은 조 파벨스키의 골로 경기를 역전했다. 러시아도 포기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3피리어드 12분44초 만에 다축의 두 번째 골로 재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리의 여신은 미국에게 웃음을 보였다. 미국은 승부치기에서 8번째 슈터인 T.J. 오시가 결승골을 넣으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미국은 1승 1연장승으로 승점 5를 기록하며 A조 1위에 나섰다. 러시아는 1승 1연장패(승점4)로 2위로 내려앉았다.
미국의 승리로 막을 내리자 8869㎞떨어진 오바마 대통령은 스마트폰을 열었다. 그리고는 백악관 트위터에 'T.J.오시와 미국 팀의 대단한 승리에 큰 축하를 보낸다'면서 '기적을 믿는 것을 절대 그만두지 말자'고 글을 올렸다. 트위터 끝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트위터 사인은 '-bo'를 붙여 자신의 말임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이번 동계올림픽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오바마 대통령도 아이스하키팀의 승리와 푸틴 대통령이 아쉬워하는 모습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