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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회지만, 특별함은 없어요."
'피겨여제' 김연아(24)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스케이트화를 벗는다. 17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고,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도 세워야 한다. 부담이 크다. 그러나 결전지 러시아 소치로 떠나는 그녀의 표정은 평온했다.
'마지막'이란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녀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 은퇴 무대가 올림픽이 됐을 뿐"이라며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두 번째 출전하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다른 작은 대회보다는 긴장이 되지 않을까. 또 걱정이 되는 것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야'라는 느낌을 접어두고 그 날의 경기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끝나면 홀가분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연아가 소치에 도착해서 극복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올림픽 주최국 러시아의 텃세다. 김연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피겨는 기록으로 성적이 나는 스포츠가 아니다. 선수가 매번 잘 할 수 없다.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모든 선수가 만족스럽게 경기를 하고 점수가 나오면 받아들여야 한다. 노력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둘째, 시차와 경기장 적응이다. "특별한 적응훈련은 없다"며 머쓱해 하던 김연아는 "경기 전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 시차적응은 문제없을 것 같다. 훈련 중간에는 하루를 쉬어야 한다. 정작 경기 때 지치기 때문이다. 지상훈련도 하고 특별함은 없다"고 했다. 경기장 적응에 대해서는 "단체전이 새로 생겼는데 선수 입장에선 쇼트 프로그램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런데 1~2주를 두고 단체전과 개인전을 모두 소화한다는 것은 내 입장에선 힘들 것 같다"며 "유리한 점도 있겠지만 나는 단체전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연습 이후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 다른 대회와 똑같은 준비 과정"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안무 완성도 높이기다. 그녀는 "1월 종합선수권대회 이후와 같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기회이기 때문에 점프 뿐만 아니라 안무도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을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소치에 도착하면 한국 선수단이 머무는 선수촌에 입촌하지 않는다. 이유는 한 가지다. 트레이너의 선수촌 입촌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숙소는 개인 트레이너가 선수촌에 못들어가기 때문에 따로 얻은 것 뿐"이라고 했다.
외롭지 않은 소치동계올림픽이다. 이번 대회에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세 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최고참 김연아를 필두로 김해진 박소연 등 든든한 후배들이 함께 빙판 위를 누비게 됐다. 김연아는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도 곽민정과 함께 출전해 뿌듯함이 있었다. 그 동안 나는 항상 혼자였다. 다른 선수들은 팀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부러웠다. 이번엔 다른 종목 선수들은 없지만, 세 명이서 함께 하게 돼 든든한 마음이 있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인천공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