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네버엔딩스토리]최재우의 올림픽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2-12 07:09


세계주니어선수권 모굴스키에서 동메달을 딴 최재우(왼쪽)가 자신의 지도자이자 우상이기도 한 토비 도슨 코치와 함께 다정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압구정=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2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이 소치로 떠나던 1일, 최재우(20·한체대)는 인천공항에 앉아 자신의 SNS를 열었다. 자판을 두드렸다. '드디어 올림픽이라는 큰 파티에 참가하러 떠나요.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보여주고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웃는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자신감이 넘쳤다.

사흘이 지난 4일 다시 최재우는 SNS를 열었다.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경기가 열릴 러시아 소치의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파크를 찍은 뒤 글을 올렸다. '가지고 있는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할 나의 무대. 도전!용기!즐김!!'

잠시 눈을 감았다. 여기에 오기까지 여정이 떠올랐다. 최재우는 눈밭이 좋았다. 세 살때부터 스키를 탔다. 중학교 1학년 때인 2007년 캐나다 휘슬러로 유학을 떠났다. 인생을 건 결단이었다. 프리스타일 스키를 접했다. 쑥쑥 성장했다. 캐나다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 출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캐나다 코칭스태프는 귀화를 권유했다. 생활은 쉽지 않았다. 부유하지 않았다. 부모의 고생이 눈에 밟혔다. 이를 악물었다.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 오후 6시까지 훈련을 반복했다.


어린 시절의 최재우. 사진제공=IB스포츠
2012년 2월 최재우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계 미국인인 토비 도슨 코치를 만났다. 입양아인 도슨 코치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한국에 왔다. 친부모도 만났다. 2011년 7월에는 평창유치위의 일원으로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참가, 유치에 힘을 보탰다. 한국 스키를 위해 일하기로 했다. 도슨 코치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최재우에게 매료됐다. 함께 의기투합했다. 목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메달이었다.

최재우의 성장세는 남달랐다. 도슨 코치는 스펀지같은 제자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2012년 국제스키연맹 프리스타일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23.24점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주니어였지만 국내 설상 스포츠 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동메달이었다. 2013년 3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시니어)에서 남자 모굴 5위에 올랐다. 같은달 스웨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역대 최고인 10위에 올랐다. 2012~2013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시리즈 모굴 부문에서 '올해의 신인상(Rookie of the year)'까지 거머쥐었다. 최재우 성장세에 도슨 코치는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결선 진출이 1차 목표, 내친 김에 메달도 노렸다.
최재우와 양학선. 사진제공=IB스포츠
11일 최재우는 경기장에 섰다. 상위 10명을 먼저 가리는 1차 예선은 탐색전이었다. 15위(20.56점)에 올라 결선에는 직행하지 못했지만 여유가 넘쳤다. 2차 예선에서 승부를 걸었다. 백더블트위스트 점프를 구사했다. '도마의 신' 양학선에게 비법을 전수받은 점프였다. 그는 회전동작에서 10.9점을 획득했고, 공중묘기에서 5.30점, 시간 점수는 5.70점을 보태 21.90점을 얻었다. 2위로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오른 것은 최재우가 처음이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20명의 선수가 나서는 1차 결선에서 22.11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상위 12명이 나가는 2차 결선에 나섰다. 상위 6명에 들어야만 3차 결선에 나설 수 있었다. 욕심을 냈다. 스피드를 높였다. 첫번째 점프는 완벽했다. 두번째 점프를 하기 위해 속도를 더 붙였다. 그 때였다. 눈덩이에 발이 걸리면서 게이트를 벗어나고 말았다. 실격이었다. 코스에서 내려온 최재우는 드러 누웠다.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로부터 6시간 후 최재우는 다시 SNS를 열었다.


최재우 대회 소감
'아쉬웠던 첫 번째 도전이 끝났습니다. 아직 파티는 진행 중인데 전 조기 귀가 해야하는 건가요?ㅠㅠ 너무 소중했던 경험이었고 얻은 것이 많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응원 해주신 모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평창때까지 더 많은 응원 부탁 드려요!!'

최재우의 올림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