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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이 소치로 떠나던 1일, 최재우(20·한체대)는 인천공항에 앉아 자신의 SNS를 열었다. 자판을 두드렸다. '드디어 올림픽이라는 큰 파티에 참가하러 떠나요.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보여주고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웃는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자신감이 넘쳤다.
사흘이 지난 4일 다시 최재우는 SNS를 열었다.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경기가 열릴 러시아 소치의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파크를 찍은 뒤 글을 올렸다. '가지고 있는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할 나의 무대. 도전!용기!즐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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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우의 성장세는 남달랐다. 도슨 코치는 스펀지같은 제자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2012년 국제스키연맹 프리스타일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23.24점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주니어였지만 국내 설상 스포츠 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동메달이었다. 2013년 3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시니어)에서 남자 모굴 5위에 올랐다. 같은달 스웨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역대 최고인 10위에 올랐다. 2012~2013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시리즈 모굴 부문에서 '올해의 신인상(Rookie of the year)'까지 거머쥐었다. 최재우 성장세에 도슨 코치는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결선 진출이 1차 목표, 내친 김에 메달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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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생겼다. 20명의 선수가 나서는 1차 결선에서 22.11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상위 12명이 나가는 2차 결선에 나섰다. 상위 6명에 들어야만 3차 결선에 나설 수 있었다. 욕심을 냈다. 스피드를 높였다. 첫번째 점프는 완벽했다. 두번째 점프를 하기 위해 속도를 더 붙였다. 그 때였다. 눈덩이에 발이 걸리면서 게이트를 벗어나고 말았다. 실격이었다. 코스에서 내려온 최재우는 드러 누웠다.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로부터 6시간 후 최재우는 다시 SNS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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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우의 올림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