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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노선영 26위, "'암투병' 진규가 메달따라고 했는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2-09 22:17


9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3000m 경기가 열렸다. 경기를 마친 한국 노선영이 트랙을 벗어나고 있다.
한국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동계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 71명을 파견했다. 임원 49명을 포함한 선수단 규모도 120명으로 역대 최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메달 12개(금 4개·은 5개·동 3개)를 수확, 2006년 토리노·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09.

노선영(25·강원도청)-노진규(22·한체대), 남매는 함께 소치동계올림픽을 꿈꿨다.

하지만 동생이 쓰러졌다. 2013년 9월 월드컵 1차 대회가 끝난 노진규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왼쪽 어깨에서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이 발견됐다. 100만명 중에 15명 정도 발생하는 흔치 않은 병이다. 처음에는 그저 종양일 뿐이었다. 노진규는 진통제를 맞아가며 훈련을 했다.

하지만 고행은 또 이어졌다. 1월 14일 훈련 도중 넘어져 왼팔꿈치와 어깨가 부러졌다. 끝이었다.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여기에 종양이 더욱 악화됐다. 혹시나 하면서 받은 검사 결과 종양은 이미 6㎝에서 13㎝까지 자라 악성으로 변해 있었다.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노선영이 9일(이하 한국시각)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에 출전했다. 하지만 기록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분19초0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출전 선수 28명 가운데 25위에 머물렀다.

동생 몫까지 했어야 했다. 실망이 컸다. 그는 "많이 아쉬웠던 경기다. 네덜란드 전지훈련에서 심한 감기가 들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도중 아웃코스 출발을 상징하는 빨간색 끈이 흘러 내려 애를 먹었다. 버릴까도 생각했는데 실격될까봐 품고 스케이트를 탔다.

노진규 얘기를 꺼냈다. 노선영은 "동생 때문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 하면 마음이 더 무거워질 것 같아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모님도 동생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하라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을 떠나기 전 수술이 끝난 동생을 보고 네덜란드 헤렌벤 전지훈련 길에 올랐다. 병상에 누워 자는 모습만 봤다.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카톡으로 대화를 했다. 노선영은 "'선물사오라'고 하길래 '살게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메달이라도 따오라고 답장이 왔더라"며 수줍게 웃었다.

노선영은 16일 여자 1500m에 이어 21일 팀 추월에 출전한다. 전망은 밝지 않지만 팀추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팀추월의 경우 2013년 12월 베를린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3000m나 1500m는 연습삼아 타는 것이다. 팀추월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첫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선영과 동반 출전한 김보름(21·한체대)은 4분12초08로 14위, 양신영(24·전북도청)은 4분23초67초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노진규는 현재 퇴원해 회복 중에 있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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