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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무섭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많이 부딪히니까 아프긴 했어요."
머리를 전방에 두고 엎드려 썰매를 타는 스켈레톤은 짜릿함을 넘어 공포다. 시속 150㎞에 달하는 속도 뿐만 아니라 곡선 구간에선 중력의 4배를 견뎌내야 한다. 핸들이 붙어 있는 봅슬레이와 달리 썰매 위에 엎드려 팔다리를 이용해 무게 중심을 바꾸는 게 선수가 할 수 있는 조종의 전부다. 일반인은 감히 엄두도 내기 힘든 '극한 스포츠'다.
시작부터 파란이었다. 윤성빈은 2012년 6월부터 강 부회장에게 3개월 간 지도를 받고 출전한 스타트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꺾고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강 부회장은 "3개월 동안 근력이나 경기 자세 등이 하루가 다르게 느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면서 "어떤 종목도 경험해보지 않은 백지상태에서 지도자의 말을 이해하고 경기력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했다. 깜짝 활약은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국제대회에서도 이어졌다. 2013년 3월 아메리카컵에서 은1, 동2의 성적을 올리더니, 12월 대륙간컵 은메달에 이어 지난달 7일 대륙간컵 6차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록도 우수하다. 지난달 대회 두 차례 레이스에서 모두 4초59의 출발 기록을 작성했다. 4초50대의 출발 시간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다는 월드컵에서도 자주 나오지 않는 좋은 기록이다. 최종 기록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7~8위 수준이다. 조인호 스켈레톤 대표팀 감독은 "좋은 운동신경을 지닌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75㎏이던 체중을 87㎏까지 불릴 만큼 노력을 많이 한다"면서 "몸무게를 불리면서 가벼운 썰매를 쓸 수 있게 됐고, 스타트도 좋아졌다"고 윤성빈을 칭찬했다. 강 부회장은 "외국 선수들을 통틀어도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선수는 처음 본다"면서 "아직 기량이 발전할 여지가 많은 만큼 소치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기량에 우쭐할 만도 하다. 하지만 윤성빈은 담담하다. "올림픽에서 큰 걸 바라기보다 멀리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한다." 그는 "처음 (썰매를) 탈 때는 무섭다는 생각은 없었다. 한 번 타보고 싶었고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며 "막상 타고 나니까 무섭다기보다 많이 부딪혀서 아프더라"고 스켈레톤과의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이제는 무서운 느낌보다 다음 코스를 어떻게 타야할지 그런 생각만 하면서 탄다. 다른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제는 어엿한 선수로 성장했다.
윤성민이 느끼는 스켈레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서 (잘 모르겠다)"라며 "'답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해나가면 해나갈수록 알아야 할 게 많고 풀어나가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 스켈레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소치로 향한 윤성빈은 후회없는 도전을 다짐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