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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은 한국의 텃밭이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10년 캐나다 밴쿠버까지 단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효자종목', '메달밭' 등 수식어는 화려하다. 끊이지 않는 잡음으로 위상에 금이가기도 했다. 그러나 쇼트트랙 강국이란 데 이견이 없다. 전세계도 인정하고 있다.
한데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과 영국 선수들이 서로 엉덩이를 밀어주면 함께 계주 훈련을 했다. 세 조로 나뉘어 한국 선수가 영국 선수를 밀어주면, 한 바퀴를 돈 영국 선수가 다시 한국 선수를 밀어주는 식으로 경주하듯 레이스가 이어졌다.
이유가 있었다. 영국 대표팀을 이끄는 지도자가 바로 한국인이었다. 영국의 이승재 코치는 최광복 여자대표팀 코치와는 사제지간이었다. 최 코치는 "영국을 이용했다"며 웃었다. 이 코치는 "상부상조"라고 했다. 계주 대표팀이 출전하지 않는 영국도 한국 선수들과의 훈련을 통해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단다.
이날 훈련에선 이 코치가 수시로 한국 선수, 코치들과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한국 쇼트트랙의 위상이었다. 태권도, 양궁 등 지도자를 수출하는 대열에 동계 종목에선 쇼트트랙이 함께하고 있다.
소치올림픽에서는 이 코치 외에도 프랑의 조항민 감독, 카자흐스탄의 장권옥 감독 등이 외국팀을 지도하고 있다. 장 감독의 경우 한때 '미국 쇼트트랙의 대부'라고 불렸다. 러시아의 지휘봉을 잡았다가 2년 전 카자흐스탄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카자흐스탄 쇼트트랙은 4년 전 밴쿠버에서는 한 명의 선수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려 6명의 선수가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이 코치도 엘리스 크리스티(영국) 등 뛰어난 선수를 길러낸 공을 인정받아 아시아 국적 코치로는 사상 처음으로 잭 유니언을 달고 올림픽에 나선다. 지도자 수출은 달갑다. 하지만 쇼트트랙의 수준 차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적은 한국이란 말도 있다. 경쟁은 더 뜨거워졌다.
최 코치는 "예선을 통해 올림픽에 출전권을 얻은 선수는 인정해야 한다. 전력 차가 크지 않아 신경을 안써도 되는 팀은 단 한 팀도 없다. 방심은 안된다"며 경계했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