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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썰매 타다가 뒤집어지면 안돼. 아프지마."
여자 봅슬레이 2인승 김선옥(34·서울연맹)의 가슴 한 켠에서는 아들 (김)민범이의 격려가 메아리 친다.
포기를 모른다. '가족'의 힘이 그녀를 생애 첫 올림픽 무대로 이끌었다. 처음 봅슬레이를 접했을 때만 해도 '안 되면 말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이젠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김선옥은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님도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신다. 남편과 아이의 응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육아는 '양보다 질'을 택했다. 지난해 아들과 함께 한 시간이 채 55일도 안된다. 국내에 전용 트랙이 없다보니 틈만 나면 해외 전지훈련를 떠나야 했다.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랭킹포인트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차가 정반대인 해외에서도 김선옥은 매일 영상통화로 가족을 만났다. 녹초가 된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녀는 "곁에 없어도 '엄마는 항상 네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한다"고 했다. 집에 있는 시간에는 식사와 간식을 손수 만들며 '엄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처음에 떨어져 지낼 때만 해도 엄마가 낯설어 무릎에 앉기조차 어색해 했던 아들이었지만, 이젠 "엄마, 절대 넘어지지 마"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김선옥은 지난달 29일 설 연휴 휴가를 받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소치올림픽 출격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가족의 기운을 받았다.
'줌마렐라' 파워는 대표팀에서도 이어진다. 김선옥은 열네살차가 나는 여자 2인승 파트너인 신미화(20)의 '정신적 지주'다. 한국체대 대학원에서 전공한 스포츠심리학을 통해 파트너가 부상 트라우마에 사로잡히지 않게 돕는다. 이렇다보니 둘의 파트너십은 절정에 달해있다. 그녀는 "가족보다 미화와 붙어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 파트너십은 최고"라고 했다.
기적을 꿈꾼다. 소치올림픽에서 여자 봅슬레이의 현실적 목표는 메달권 진입이 아니다. 최종 20위 안에 들어 4차전까지 완주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이후 운이 좋으면 상위권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내심 강한 자신감에 차 있다. 올해 1월 국제봅슬레이연맹 아메리카컵 7차 대회와 8차 대회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다.
소치올림픽은 김선옥에게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선옥은 "여자 봅슬레이는 인프라가 열악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은 선수들이 희망과 도전을 할 수 있는 길을 닦아 주는 것일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