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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저 생애 첫 우승이에요."
최원진은 실업 6년차다. 서효원, 박영숙 등 한국마사회와 함께 훈련하는 여자 에이스들 사이에서도 성격 좋기로 유명하다. 탁구선수로는 꽤 통통한 몸을 가졌지만, 추 감독은 다이어트를 강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살을 많이 뺐다. 너무 많이 빼면 파워가 약해질 것같아 무리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고 했었다. 추 감독 역시 "왼손 펜홀더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갖춘 이정우를 받쳐주기에 안정적인 플레이와 게임운영 능력을 가진 원진이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공도 꽤 날카롭고 묵직하다"고 평가했다.
이정우는 이번 종합대회에서 와신상담했다. 정교한 왼손 펜홀더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는 에이스다. 지난 런던올림픽 이후 세대교체된 남자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다. 오상은, 주세혁 등 선배들과 김민석 이상수 서현덕 정영식 등 후배들의 틈바구니에서 보란듯이 남자 단복식 모두 결승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5년 이후 8년만에 다시 복식 정상에 오른 이정우는 승리의 공을 아우에게 돌렸다. "원진이는 장난기도 많고, 어린데, 탁구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첫 우승인 줄 몰랐는데, 그만큼 더 간절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단점이 없는 스타일이다. 복식 파트너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마지막 5세트 초반 2~3포인트를 잡아준 게 승리의 요인"이라고 칭찬했다. 최원진은 "내가 잘해야 이긴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우형을 만나게 돼 감사하다. 형이 제대한 후 2년째 같이 복식을 하면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형 덕분에 우승까지 하게 됐다.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이룬 생애 첫 우승에 볼이 발갛게 상기됐다. "이제 시작이죠." 실업 6년차 첫 챔피언 최원진이 패기만만하게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