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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6년차 첫V 최원진+왼손마스터 이정우의 깜짝우승 스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12-30 15:26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남자복식에서 우승한 농심 삼다수 이정우-최원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파이팅을 외쳤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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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저 생애 첫 우승이에요."

이정우(29)-최원진(24· 이상 농심 삼다수)는 30일 부산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7회 종합선수권대회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정영식-서정화(KDB대우증권) 조에 3대2(12-14, 9-11, 11-8, 11-9, 11-5)로 승리했다. 2세트를 먼저 내주고, 3세트를 내리 따냈다. 우승을 확정한 직후 최원진이 '베테랑 선배' 이정우에게 "생애 첫 우승" 사실을 고백했다. 이정우도 배짱 두둑한 후배의 '첫 우승' 고백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실업 6년차 최원진이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 종합선수권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종별대회 6회 우승에 빛나는 '왼손 에이스' 선배 이정우와 함께다.

이날 대회 초반 정영식-서정화조가 기선을 제압했다. 8년 전 이 대회에서 이정우와 함께 남자복식에서 우승했던 최현진 대우증권 코치가 '정-서' 조의 벤치에 앉았다. 이정우의 복식 스타일을 꿰뚫고 있었다. 이정우의 강점인 백핸드드라이브를 꽁꽁 묶었다. 3세트, 추교성 농심 감독은 적극적인 코스 변화를 주문했다. 포어드라이브가 약한 상대의 약점을 집중공략했다. 이정우의 날카로운 드라이브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형님의 파이팅에 최원진의 경기력도 동반상승했다. 마지막 세트를 11-5로 가볍게 따내며 역전우승을 완성했다.

최원진은 실업 6년차다. 서효원, 박영숙 등 한국마사회와 함께 훈련하는 여자 에이스들 사이에서도 성격 좋기로 유명하다. 탁구선수로는 꽤 통통한 몸을 가졌지만, 추 감독은 다이어트를 강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살을 많이 뺐다. 너무 많이 빼면 파워가 약해질 것같아 무리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고 했었다. 추 감독 역시 "왼손 펜홀더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갖춘 이정우를 받쳐주기에 안정적인 플레이와 게임운영 능력을 가진 원진이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공도 꽤 날카롭고 묵직하다"고 평가했다.

이정우는 이번 종합대회에서 와신상담했다. 정교한 왼손 펜홀더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는 에이스다. 지난 런던올림픽 이후 세대교체된 남자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다. 오상은, 주세혁 등 선배들과 김민석 이상수 서현덕 정영식 등 후배들의 틈바구니에서 보란듯이 남자 단복식 모두 결승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5년 이후 8년만에 다시 복식 정상에 오른 이정우는 승리의 공을 아우에게 돌렸다. "원진이는 장난기도 많고, 어린데, 탁구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첫 우승인 줄 몰랐는데, 그만큼 더 간절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단점이 없는 스타일이다. 복식 파트너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마지막 5세트 초반 2~3포인트를 잡아준 게 승리의 요인"이라고 칭찬했다. 최원진은 "내가 잘해야 이긴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우형을 만나게 돼 감사하다. 형이 제대한 후 2년째 같이 복식을 하면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형 덕분에 우승까지 하게 됐다.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이룬 생애 첫 우승에 볼이 발갛게 상기됐다. "이제 시작이죠." 실업 6년차 첫 챔피언 최원진이 패기만만하게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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