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신성' 장우진(18·성수고)이 금의환향했다.
장우진은 지난 8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막을 내린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 남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저우카이를 4대1(11-6 8-11 11-7 16-14 11-4)로 꺾고 우승했다. 세트스코어 2대1에서 맞붙은 4세트가 승부처였다. 장우진은 1-6으로 밀리던 스코어를 끈질기게 따라잡았다. 수차례 동점이 반복됐다. 피말리는 듀스 대접전끝에 16-14로 4세트를 따냈다. 기가 꺾인 저우카이는 5세트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장우진은 11-4, 7점 차로 완승하며 남자단식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7년 정상은(삼성생명) 이후 6년만에 주니어 단식 정상에 우뚝 섰다. 국제탁구연맹(ITTF) 홈페이지 대문에는 장우진의 플레이 동영상이 내걸렸다.
세계 최강 중국선수 3명을 16강, 4강, 결승에서 톱시드 일본 에이스 무라마츠 유토를 8강에서 줄줄이 꺾은 경기내용과 과정도 훌륭했지만, 이 선수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은 경기 직후 패기 넘치는 세리머니와 당당한 영어 인터뷰였다.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장우진은 녹색테이블 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테이블 위에 서서 양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손을 흔들며 모로코 관중들을 향해 환호와 박수를 유도했다. 주먹만 불끈 쥐는, 예의 수줍은 세리머니가 아니었다. 세상을 향해 대한민국 탁구 챔피언 장우진의 탄생을 알리는 당당한 세리머니었다.
경기 직후 ITTF 해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이안 마샬과 믹스트존에서 마주했다. 통역은 없었다. 장우진은 영어로 직접 자신의 생각과 꿈을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어떤 종목, 어떤 선수도 세계 무대에서 이처럼 자연스럽고, 당당했던 적은 없었다.
'강원도 소년' 장우진의 이채로운 이력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장우진은 2년전인 성수고 1학년때 독일 유학을 택했다. 2010년 11월 인도 카뎃챌린지 남자단식-복식 2관왕 직후다. 탁구 분데스리가 2부에서 일찌감치 프로를 경험했다. 어린 나이에 구름 관중 앞에 나서며 배포를 키웠다. 프로 무대에서 관중과 함께 호흡하는 법도 배웠다. 관중들은 끈질긴 랠리에 환호한다. 팬들을 들었나놨다하는 재밌는 랠리를 이어가며, 소년을 성장했다. 독일 소속팀의 중국 전지훈련을 통해 기술적으로도 눈부시게 진화했다. 지난해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유학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한 학년을 내려앉았다. 학년은 다운그레이드됐지만, 장우진의 탁구는 업그레이드됐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대선수의 요건으로 이구동성 '끼와 꿈'을 말한다. 대중의 관심을 즐길 줄 아는 두둑한 배짱과 끼, 자신이 나아갈 바를 아는 또렷한 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우진은 끼와 꿈을갖춘 보기 드문 선수다. 한국 탁구계에 오랜만에 반가운 '괴물'이 등장했다.
탁구계는 세계주니어탁구 선수권 우승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하이데라바드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 우승자인 중국의 16세 에이스 판젠동은 올시즌 세계탁구의 대세로 급부상했다. 내로라하는 톱랭커들을 밀어내고 지난 5월 파리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11월 폴란드-독일오픈에서 잇달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2월 ITTF 랭킹 5위에 우뚝 섰다. 세계 1위 중국의 마롱(2004년), 독일 에이스 파트릭 바움(2005년, 24위), 일본 에이스 니와 코키(2011년, 16위)가 이 대회 우승자 출신이다. 일본 톱랭커 미즈타니 준(13위)은 2005년 대회 준우승자다.
반면 2007년 팔로알토 대회에서 한국 탁구 최초로 주니어 남자단식 금메달을 따낸 정상은의 2013년 12월 현재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은 65위다. 여전히 '미완의 대기'로 머물러 있다.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 성장을 멈추는 순간, 퇴보한다.
3년 후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장우진의 발견은 천재일우같은 호재다. 중국 판젠동의 좋은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주니어 세계챔피언에 대한 탁구계의 인정과 관심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충분한 경기경험을 쌓게 해 랭킹을 끌어올리고, 동기를 부여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키워내야 한다. 한번의 깜짝 쾌거가 아닌 유남규, 유승민 등 챔피언의 계보를 잇는 첫단추가 돼야 한다. 장우진의 좋은 예가 수많은 꿈나무 및 차세대 선수들에게 미칠 효과 역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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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세계 챔피언이 20대에도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될성부른 에이스의 미래에 대한 탁구계의 진지한 고민과 치밀한 계획, 희망의 '비전2016'이 필요한 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