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공개된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 어땠나

기사입력 2013-12-08 17:19 | 최종수정 2013-12-0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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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유튜브

베일에 쌓였던 김연아의 올림픽 프로그램이 마침내 공개됐다.

김연아는 6~7일(한국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0.60점과 예술점수(PCS) 71.52점, 감점 1점 등 131.12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73.37점) 합계 204.49점을 기록한 김연아는 안도 미키(일본·176.82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는 복귀전이었던 지난해 12월 NRW 트로피(201.61점), 올해 1월 전국 종합선수권대회(210.77점), 3월 세계선수권대회(218.31점)에 이어 4대회 연속으로 200점대 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는 B급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피겨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연아가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피겨 최고의 무대인 그랑프리 파이널의 빛이 바랬을 정도다. 김연아가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올림픽 판도가 바뀌는만큼 새 프로그램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명불허전이었다. 김연아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여왕'의 복귀를 알렸다. 몇차례 실수는 있었지만,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았다. 먼저 쇼트프로그램을 살펴보자.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첫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한 차례 점프 착지에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전체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는 잔잔한 선율과 함께 어깨를 웅크리며 늘어뜨린 팔을 뻗어 올리고는 스케이트로 원을 그리는 동작과 함께 연기를 시작했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소화한데 이어 트리플 플립을 정확히 뛰어오른 김연아는 카멜 스핀을 선보이며 연기의 전반부를 마무리했다. 더블 악셀에서 착지가 불안정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으며 흐름을 이어갔다. 경기장을 횡단하며 직선 스텝 연기를 벌여 애절한 감정을 극대화했다. 잔잔하게 이어지던 음악이 절정에 오르자 김연아는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에 이어 팔을 부드럽게 뻗는 동작과 함께 연기를 마쳤다.

프리스케이팅으로 '아디오스 노니노'를 연기한 김연아는 초반 실수를 극복하고 여왕다운 실력을 뽐냈다. 어깨를 살짝 들썩이고 팔을 휘저으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필살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를 했다. 그러나 트리플 플립을 성공시키며 안정을 찾은 김연아는 정열적이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담은 곡에 잘 어울리는 연기를 이어갔다. 김연아는 원래 예정한 트리플 러츠에 앞서 뛰지 못한 토루프를 2회전으로 이어 붙이는 기지를 발휘하며 후반부를 열었다. 음악은 옛 추억을 회상하듯 다소 느려졌지만, 김연아는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살코 등을 쉴새없이 뛰며 박진감을 더했다. 레이백 스핀과 코레오 시퀀스로 다시 우아함을 더한 김연아는 마지막으로 더블 악셀과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선보이며 연기를 마무리했다.

김연아는 경기장의 규모가 작은데다 빙질까지 좋지 않아 장기인 점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예술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며 새 프로그램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PCS 35.00점을, 프리스케이팅에서 PCS 71.52점을 획득했다. 음악의 흐름에 맞춰 애절함이라는 하나의 감정에 집중한 연기에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연아가 아직 체력적으로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점수는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더 반가운 것은 김연아의 몸상태다. 김연아는 흔들리는 모습 없이 프리스케이팅까지 완전히 소화해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프로그램 완성도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김연아의 몸상태였다. 김연아는 지난 9월 중족골(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 미세 손상이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를 맞았다. 당초 예정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2차 캐나다 대회와 5차 프랑스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김연아는 복귀 무대를 두고 신중을 기했다. 재활과 휴식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몸상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놀라운 집중력과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체력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과시하며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청신호를 알렸다.

김연아는 경기 후 "흔들린 부분이 많았지만 첫 대회치고는 만족한다"고 했다. 그녀는 "아직 체력에 부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소치동계올림픽까지 시간이 충분히 남은만큼 더 준비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녀의 소치동계올림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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