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 金직후 '명가'한양대 체조부 해체결정?체조계 발칵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12-06 11:37


◇지난 10월 벨기에 앤트워프 세계체조선수권을 위해 출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도마의 신' 양학선과 '차세대 에이스' 박민수가 함께 찍은 셀카. 한양대 1학년 박민수는 생애 첫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개인종합 결선진출에 성공했다. 박민수의 한양대가 내부적으로 체조팀 해체를 결정했다.

'48년 전통의 체조명가' 한양대학교 체조팀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5일 대한체조협회에 따르면 한양대는 2015년부터 체육부실에 소속된 체조부, 유도부, 육상부 체육특기 신입생들을 모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체조계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도마의 신' 양학선이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들려온 의외의 소식에 체조인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한양대는 경희대, 한체대와 함께 한국 체조계를 이끄는 '대학 3강'이다. 1965년 창단됐고, 1982년 재창단된 후 30여년간 30여 차례 국내대회 우승, 종별선수권 5연패 등 대학 명문팀의 전통을 이어왔다. 현재 정인근 한양대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체조부는 현재 총 16명, 이중 박민수, 고예닮, 윤진성 등 3명이 현역 국가대표 및 상비군 선수다. 박민수, 고예닮은 체조인들이 주목하는 차세대 에이스다. 지난해 고등학생 선수들로 구성돼 출전한 첫 시니어 무대인 푸톈아시아선수권에서도 고예닮이 중국 에이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개인종합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박민수 역시 2013년 앤트워프세계선수권에서 나홀로 개인종합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학교와 국가를 대표해 카잔 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출전했다.


◇카잔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한 박민수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푸톈에서 펼쳐진 아시아체조선수권에서 중국선수들에 이어 개인종합 3위에 오른 한국의 고예닮(오른쪽 끝)이 시상식 직후 꽃다발을 높이 든 채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한양대 1학년 박민수는 지난 10월 생애 첫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개인종합 결선진출에 성공했다.

◇1999년 세계선수권 평행봉 금메달리스트, 시드니올림픽 은-동메달리스트 이주형과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안마 금메달리스트 이장형 형제는 한양대가 배출한 한국 체조의 레전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대표팀 감독-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형제는 현재 교수와 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이주형은 공주대 교수, 이장형은 포스코건설 감독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한국 체조의 레전드, 세계 최강 이주형의 선수 시절 평행봉 연기 모습.
한양대는 '에이스 계보'를 이어가며 한국 체조사에 기여해왔다. 이주형 공주대 교수, 이장형 포스코건설 감독, 김동화 충남대 교수 등 금메달리스트를 다수 배출했다. 이주형 교수는 여홍철, 유옥렬 등과 함께 한국 체조의 레전드로 손꼽힌다. 1999년 세계선수권 금메달(평행봉), 시드니올림픽 은메달(평행봉), 동메달(철봉) 등을 따냈다. 이 교수의 동생인 이장형 감독은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안마 금메달리스트다. 이주형-장형 형제는 베이징올림픽 당시 대표팀에서 '형제 코칭스태프'로 이름을 날렸다. 김동화 교수는 부산아시안게임 링 금메달리스트다. 수원시청 소속의 김승일은 부산아시안게임 마루에서 금메달, 평행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행웅 전 부회장, 윤명철 전 부회장 등 한양대 출신 체조인들도 40년 가까이 체조계에 몸담으며 교수, 행정가로 일해왔다.

체조협회는 한양대 체조부 해체 움직임을 종목의 존폐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협회는 "현재 남자대학 등록팀은 서울대, 한체대, 한양대, 경희대, 건국대 등 5팀에 불과하다. 한양대의 팀 해체는 다른 팀의 존속 여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팀 해체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기치않은 위기에 체조인들이 똘똘 뭉쳤다. 한양대 체조부의 해체는 한국 체조의 전체적인 실력 저하, 사기 저하와 직결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드높이며 '르네상스'를 맞은 한국 체조계와 비인기 종목 전체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전국 체조인 2073명이 한양대 체조부 해체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나섰다. 협회는 "대학의 학생수가 줄고, 반값 등록금으로 재정이 열악해진 대학의 상황도 이해한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운동부 개인종목 축소라는 점, 그간의 성과나 국가기여도 등에 대한 명백한 기준도 없이 축구 야구 농구 배구 이외의 비인기 종목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힘든 기술, 고된 훈련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대학진학의 길까지 막힌다면 향후 체조선수들의 저변과 입지가 더욱 악화될 위기에 처했다. 체조협회는 "학교 재정이 문제라면 협회차원에서 동계훈련비, 출전비 지원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할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의견도 묻지 않고, 공식 절차도 거치지 않은 학교측의 일방적 통보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이들을 호소문을 통해 "자녀들의 진로와 장래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사학 명문인 한양대를 믿고 자식들이 올바른 사회의 인재로 성장하고 학교와 국가의 명예를 드높일 체육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맡겼다. 갑작스런 신입생 모집 중단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8일 경기인 출신 국회의원인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대학 운동부 축소 문제를 언급했다. "반값 등록금 때문에 재정이 어려워진 대학들이 우선적으로 학교 운동부부터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었다. 현장에선 이미 한양대 체조팀 해체 문제도 언급됐다. 이달 초 김 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대한민국 스포츠산업의 중장기 비전을 선포했다. 정부의 스포츠산업 발전계획 속엔 대학 스포츠팀 강화에 대한 항목도 명백히 존재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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