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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전통의 체조명가' 한양대학교 체조팀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5일 대한체조협회에 따르면 한양대는 2015년부터 체육부실에 소속된 체조부, 유도부, 육상부 체육특기 신입생들을 모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체조계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도마의 신' 양학선이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들려온 의외의 소식에 체조인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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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협회는 한양대 체조부 해체 움직임을 종목의 존폐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협회는 "현재 남자대학 등록팀은 서울대, 한체대, 한양대, 경희대, 건국대 등 5팀에 불과하다. 한양대의 팀 해체는 다른 팀의 존속 여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팀 해체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기치않은 위기에 체조인들이 똘똘 뭉쳤다. 한양대 체조부의 해체는 한국 체조의 전체적인 실력 저하, 사기 저하와 직결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드높이며 '르네상스'를 맞은 한국 체조계와 비인기 종목 전체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전국 체조인 2073명이 한양대 체조부 해체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나섰다. 협회는 "대학의 학생수가 줄고, 반값 등록금으로 재정이 열악해진 대학의 상황도 이해한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운동부 개인종목 축소라는 점, 그간의 성과나 국가기여도 등에 대한 명백한 기준도 없이 축구 야구 농구 배구 이외의 비인기 종목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힘든 기술, 고된 훈련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대학진학의 길까지 막힌다면 향후 체조선수들의 저변과 입지가 더욱 악화될 위기에 처했다. 체조협회는 "학교 재정이 문제라면 협회차원에서 동계훈련비, 출전비 지원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할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의견도 묻지 않고, 공식 절차도 거치지 않은 학교측의 일방적 통보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이들을 호소문을 통해 "자녀들의 진로와 장래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사학 명문인 한양대를 믿고 자식들이 올바른 사회의 인재로 성장하고 학교와 국가의 명예를 드높일 체육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맡겼다. 갑작스런 신입생 모집 중단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8일 경기인 출신 국회의원인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대학 운동부 축소 문제를 언급했다. "반값 등록금 때문에 재정이 어려워진 대학들이 우선적으로 학교 운동부부터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었다. 현장에선 이미 한양대 체조팀 해체 문제도 언급됐다. 이달 초 김 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대한민국 스포츠산업의 중장기 비전을 선포했다. 정부의 스포츠산업 발전계획 속엔 대학 스포츠팀 강화에 대한 항목도 명백히 존재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