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독립 아이스하키단 웨이브즈의 의미있는 첫 걸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11-11 19:29


11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아이스하키 독립구단 '웨이브즈'가 첫 공식 경기를 펼쳤다. 웨이브즈는 '2013 코리아 아이스하키 리그'에서 연세대와 첫 데뷔 무대를 가졌다. 경기 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웨이브즈 선수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1.11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을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빙판을 누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지 누구보다 잘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스하키의 독립구단, 웨이브즈가 처음으로 공식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웨이브즈는 11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3년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에서 연세대를 상대로 첫 공식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1대5로 웨이브즈의 패배였다. 1피리어드를 1-1로 마치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웨이브스 벤치는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응원을 보냈다. 팬들도 웨이브즈의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대학 최강 연세대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기에 모두 좌절하지 않았다.

웨이브즈는 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 김홍일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다. 현역 선수 출신이지만 여러 사정으로 스케이트를 벗어야 했던 선수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위해 꾸려진 팀이다. 김홍일 플레이코치는 "10년 정도 실업팀과 대표팀 생활을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은퇴하니까 타대학서 실업팀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아이스하키에 대해 굶주려 있는지 보이더라. 경희대와 한양대를 졸업한 3~4명의 선수들을 중심을 작년 여름 팀을 꾸렸다"고 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당장 훈련할 곳이 없었다. 김 코치는 "링크 대관이 가장 힘들었다. 아는 선배의 도움으로 고양에서 훈련했다. 고척동에 있는 제니스링크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대표를 찾아가 홍보 등을 도와주겠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가 훈련시간이었다. 현직 체육교사, 회사원 등 대부분의 선수가 아이스하키와는 관계없는 직업을 가진터라 다같이 모여 연습을 하려면 밤 늦은 시간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다양한 직업만큼 연령대도 다양하다. 갓 대학을 졸업한 선수에서부터 불혹의 베테랑까지 포진해있다. 김 코치는 "처음에는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3~6개월 정도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직업이 따로 있는 선수들이다 보니 많이 힘들어하더라. 지금은 열정이 있는 선수들만 남았다"고 했다.


11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아이스하키 독립구단 '웨이브즈'가 첫 공식 경기를 펼쳤다. 웨이브즈는 '2013 코리아 아이스하키 리그'에서 연세대와 첫 데뷔 무대를 가졌다. 경기 전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웨이브스 김홍일 플레잉코치.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1.11
대회 출전까지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김 코치는 "지난 1년간 운동 외적인 부분 때문에 쉽지 않았다. 독립구단의 이미지 때문이다. IMF시절 실업팀이 대거 해체되며 웨이브즈와 비슷한 성격의 팀이 만들어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과열된 경기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 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들이 사고에 대한 부분을 많이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웨이브즈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며 대회 참가가 결정됐다. 웨이브즈의 이번 코리아리그 출전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 사상 독립구단이 대한체육회 산하 협회의 공식 대회에 첫 출전하는 것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

김 코치는 단순한 경기출전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일단 회사 법인을 만들었다. 테마파크, 유소년 교육 등을 통해 수입을 만들어냈다. 훈련과 수당비를 스스로 충당할 수 있다. 주변 반응도 좋아지고 있다. 김 코치는 "첫 대회 참가 소식이 전해지자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조만간 기량 좋은 선수들을 뽑기 위해 트라이아웃도 할 예정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고등학교 선수들을 모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싶다"고 했다. 김 코치는 웨이브즈를 성공시켜 아이스하키 발전 모델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는 "야구로 치면 고양 원더스 보다는 넥센 히어로즈가 모델이다. 이를 위해 네이밍 스폰서 등을 찾고 있다. 아직 아이스하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3~4개 기업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관계자들에게 박수 받고 기대 받는 팀으로 거듭나고 싶다. 나아가 아이스하키 전용링크까지 만드는게 꿈이다"고 했다.

김 코치와 웨이브즈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목동=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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