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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국대선발전,'엄마검객'남현희가 돌아왔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9-05 15:32


엄마가 된 '땅콩검객' 남현희가 돌아왔다. 남현희는 5일 전북 남원 춘향골체육관에서 펼쳐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1년만에 복귀전을 가졌다. 국가대표 사이클선수 공효석과 결혼한 남현희는 지난 4월말 첫딸 '하이'를 출산한 후 4개월간 피나는 훈련 끝에 이날 선발전에 나섰다.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여자펜싱 개인전 은메달리스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단체전에서 2관왕 2연패를 이뤘다. 남현희는 자랑스러운 '엄마 검객'으로서 인천아시안게임 3연패를 꿈꾸고 있다. 이날 예선 5경기에서 4승1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며, 무난히 64강에 올랐다. 예선전 경기를 펼치고 있는 남현희.
남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9.5

엄마가 된 '땅콩검객' 남현희(32·성남시청)가 돌아왔다. 남현희는 5일 전북 남원 춘향골체육관에서 펼쳐진 남녀펜싱 국가대표선발전에서 1년만에 복귀전을 가졌다.

지난 2011년 말 국가대표 사이클선수 공효석과 결혼한 남현희는 지난 8월 런던올림픽 단체전 무대를 마지막으로 1년간 피스트를 떠났다. 올해 4월말 첫딸 '하이'를 출산한 직후 인천아시안게임 도전을 선언했다. 산후조리 후 3개월 넘는 훈련 끝에 이날 선발전에 나섰다. 한국 여자펜싱에서 '남현희'라는 이름 세글자가 갖는 의미는 크다.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여자펜싱 개인전 은메달리스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단체전에서 2관왕, 2연패를 이뤘다. 1m55의 작은 키에, 전광석화같은 빠른 발,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럽 에이스들이 호령하는 피스트를 점령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끈 '레전드' 남현희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자랑스러운 '엄마 검객'으로서 인천아시안게임 3연패를 꿈꾸고 있다. 이날 선발전에서 그 꿈의 첫걸음이 시작됐다.

오랜만에 나선 피스트에서 남현희는 긴장감을 토로했다. "원래 12월 선발전을 예상하고 있었다. 복근과 빠른발을 위한 근력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기가 거꾸로 서있는 바람에 부득이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복근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소문난 독종'답게 빠른 속도로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몸무게도 런던올림픽에 비해 2㎏ 불었을 뿐이다. 여전히 밝고 긍정적이었다. "다시 운동을 하게 된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근력을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한 만큼 속도는 느리지만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다른 기술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현장 지도자들은 "복귀전인 만큼 예선전에서 몸을 풀고, 올라가면 충분히 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테랑인 만큼 걱정하지 않는다"고 낙관했다. 예선 첫경기에서 인천중구청 에이스 이한나에게 1대5로 패하며 주춤했지만 이후 4경기를 잇달아 따냈다. "첫 경기엔 긴장을 좀 많이 했다. 땀이 좀 나고 나니 괜찮았다. 오랜만에 긴장해서 뛰다보니 좀 힘들다. 다리에 알이 배일까바 걱정"이라며 웃었다.

경기 직후 남현희는 휴대폰으로 딸 하이의 사진을 꺼내보였다. 백일을 갓 지난 하이는 아빠의 눈매, 엄마의 이마를 골고루 닮았다. "하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가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여자펜싱에서 보석같은 존재인 남현희는 또 하나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일찌기 '엄마' 펜싱대표는 없었다. 여성 스포츠 리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시점에 '엄마 검객'의 길은 여자후배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펜싱계에서 아기를 낳고 대표선수가 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실력이 뒤처지지만 않고 팀에 누가 되지만 않는다면 대표팀에서 후배들과 함께 뛰고 싶다"는 또렷한 꿈을 밝혔다. 출산후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른 이탈리아 에이스이자 라이벌인 발렌티나 베잘리(39)를 롤모델 삼았다. 2002년 이탈리아 축구선수인 도메니코 지울리아노와 결혼한 베잘리는 2005년 아들 피에트로를 출산한 후 불과 2개월만에 독일 라이프치히 그랑프리에서 우승했고, 세계랭킹 1위를 유지했다. "늘 대단한 선수인 것은 알고 있지만, 나보다 8살이나 많은 선수가 엄마가 된 후에도 변함없이 훌륭한 펜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본받고 싶다"고 했다. 1년만에 남현희는 건재했다. 이날 예선 5경기에서 4승1패의 호성적으로, 무난히 64강에 올랐다. 엄마는 힘이 세다.
남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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