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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땅콩검객' 남현희(32·성남시청)가 돌아왔다. 남현희는 5일 전북 남원 춘향골체육관에서 펼쳐진 남녀펜싱 국가대표선발전에서 1년만에 복귀전을 가졌다.
경기 직후 남현희는 휴대폰으로 딸 하이의 사진을 꺼내보였다. 백일을 갓 지난 하이는 아빠의 눈매, 엄마의 이마를 골고루 닮았다. "하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가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여자펜싱에서 보석같은 존재인 남현희는 또 하나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일찌기 '엄마' 펜싱대표는 없었다. 여성 스포츠 리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시점에 '엄마 검객'의 길은 여자후배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펜싱계에서 아기를 낳고 대표선수가 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실력이 뒤처지지만 않고 팀에 누가 되지만 않는다면 대표팀에서 후배들과 함께 뛰고 싶다"는 또렷한 꿈을 밝혔다. 출산후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른 이탈리아 에이스이자 라이벌인 발렌티나 베잘리(39)를 롤모델 삼았다. 2002년 이탈리아 축구선수인 도메니코 지울리아노와 결혼한 베잘리는 2005년 아들 피에트로를 출산한 후 불과 2개월만에 독일 라이프치히 그랑프리에서 우승했고, 세계랭킹 1위를 유지했다. "늘 대단한 선수인 것은 알고 있지만, 나보다 8살이나 많은 선수가 엄마가 된 후에도 변함없이 훌륭한 펜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본받고 싶다"고 했다. 1년만에 남현희는 건재했다. 이날 예선 5경기에서 4승1패의 호성적으로, 무난히 64강에 올랐다. 엄마는 힘이 세다.
남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