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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여전히 높았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신장의 차이다. 체격이 전력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핸드볼의 특성상, 작은 신장으로 유럽팀과 싸워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신장의 차이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만큼, 근본적인 부진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혹자는 한국 남자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에서 원인을 꼽고 있다. 상대 전진 수비에 아랑곳 않고 힘을 앞세워 돌파하는 공격을 추구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신체접촉이 그리 많지 않고 정형화된 공격패턴을 반복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유소년 시절부터 패스와 움직임 뿐만 아니라 파워에 기반한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가는 습관을 기르는 것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상대국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보다 시급한 문제다. 이번 청소년대회에 나선 팀 대부분이 전담 분석관 체제로 각 팀 전력을 면밀히 파악했다. 이들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각급을 포괄하는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전력분석관을 활용해 이번 대회에 활용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부터 한국의 전력을 분석해 온 상대팀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첫 상대인 카타르부터 최종전에서 맞붙은 루마니아까지 모든 팀이 한국의 전력과 전술을 꿰차고 있었다. 이제는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지도자의 리포트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오랜기간을 두고 각 팀의 전력을 파악해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의 위치가 어디인지 확실하게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다페스트(헝가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