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男핸드볼, 유럽의 벽 넘을 방안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8-17 03:15 | 최종수정 2013-08-17 08:22


◇한국 선수단(오른쪽)이 15일(한국시각) 헝가리 부다요시 스포츠홀에서 가진 슬로베니아와의 IHF세계청소년선수권 예선 B조 4차전에서 패한 뒤 코트를 빠져 나가고 있다. 부다요시(헝가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벽은 여전히 높았다.

한국 남자 핸드볼이 또 다시 세계 무대에서 고배를 마셨다. 한국 남자 청소년대표팀(19세 이하)은 지난 10일부터 헝가리에서 열린 제5회 국제핸드볼연맹(IHF)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16강행에 실패했다. 한국이 속했던 B조는 편성 당시부터 스웨덴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튀니지 카타르 등 신구 강호들이 대거 포진해 죽음의 조로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특유의 미들속공과 조직력을 앞세운 '한국형 핸드볼'로 16강행에 도전했다. 그러나 상대 장신숲과 패싱 플레이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면서 순위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남자 핸드볼계는 이번 대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었다. 올해 남자 성인대표팀과 주니어대표팀(21세 이하)이 잇달아 세계무대에 도전했으나, 예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어린 연령대인 청소년 무대에서는 한국형 핸드볼로 어느 정도 경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현실은 달랐다. 평균 1m80에 불과한 한국의 신장으로 10cm 이상 높은 상대 블로킹벽을 뚫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체격이 좋은 선수들과 맞불을 놓다가 후반 초반부터 극심한 체력 저하로 점수차가 벌어지기 일쑤였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기성 청소년대표팀 감독이 속공 뿐만 아니라 전진수비 등 여러가지 수를 들고 싸웠으나, 역부족이었다. 예선 최종전에서 IHF 남자랭킹 9위(한국 19위) 루마니아를 깨는 이변을 연출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신장의 차이다. 체격이 전력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핸드볼의 특성상, 작은 신장으로 유럽팀과 싸워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신장의 차이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만큼, 근본적인 부진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혹자는 한국 남자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에서 원인을 꼽고 있다. 상대 전진 수비에 아랑곳 않고 힘을 앞세워 돌파하는 공격을 추구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신체접촉이 그리 많지 않고 정형화된 공격패턴을 반복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유소년 시절부터 패스와 움직임 뿐만 아니라 파워에 기반한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가는 습관을 기르는 것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상대국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보다 시급한 문제다. 이번 청소년대회에 나선 팀 대부분이 전담 분석관 체제로 각 팀 전력을 면밀히 파악했다. 이들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각급을 포괄하는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전력분석관을 활용해 이번 대회에 활용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부터 한국의 전력을 분석해 온 상대팀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첫 상대인 카타르부터 최종전에서 맞붙은 루마니아까지 모든 팀이 한국의 전력과 전술을 꿰차고 있었다. 이제는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지도자의 리포트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오랜기간을 두고 각 팀의 전력을 파악해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의 위치가 어디인지 확실하게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다페스트(헝가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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