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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친구가 최고!"
고성현(김천시청)-이용대(삼성전기)가 유력한 가운데 김기정-김사랑(삼성전기)과 유연성(상무)-신백철(김천시청)이 반란을 꿈꾸고 있다.
10년전 김동문-라경민의 혼합복식 이후 이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한국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다.
이처럼 남자복식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남자복식을 맡고 있는 하태권 코치(38)의 어깨도 무겁다. 하 코치는 대표팀 코치 중 유일하게 올림픽 금메달을 따봤던 스타 출신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광저우 현장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추억이 자주 회자되곤 한다. 기분좋은 상상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하 코치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9년전 금메달의 숨은 비결을 소개했다. 친구 김동문이 준 장어즙의 효과가 컸단다.
당시 한국 배드민턴은 아테네올림픽에서 김동문-라경민의 혼합복식 금메달을 1순위로 예상했다. 당시 김동문-라경민은 국제대회 72연승, 14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하는 등 전무후무한 세계 1위였기 때문이다.
반면 김동문-하태권의 남자복식은 금메달 예상과는 크게 거리가 멀었다. 한데 결과는 김동문-라경민의 8강 탈락이었고, 김동문-하태권의 깜짝 우승이었다.
당시 배드민턴계는 금메달 전략조 김동문-라경민에 대한 기대가 큰 나머지 올림픽을 앞두고 장어즙 보양식을 따로 챙겨줬다고 한다. 당연히 하 코치는 장어즙을 선물받지 못했다.
숙소를 함께 쓰고 있던 친구 김동문이 혼자만 먹기에는 미안했던지 "나는 어째 장어즙이 체질이 안맞는 것 같다"며 하 코치에게 권하더란다. 하 코치는 못이기는 척 하고 장어즙을 얻어 먹었다.
한데 장어즙이 하 코치에게는 딱 맞았다. 효과가 얼마나 좋았던지 기분좋은 불면증에 걸렸다. 평소 하 코치는 대회 준비 훈련기간에도 식사를 하고 나면 잠깐 낮잠을 자는 습관이었다.
그러나 장어즙을 먹은 이후 잠이 오지 않고 정신만 말똥말똥한 바람에 그 시간에 개인훈련을 더하게 됐단다. 하 코치는 "힘은 남아돌고 잠도 오지 않길래 차라리 운동이나 하자는 생각에 코트에 나갔다"면서 "그렇게 훈련을 많이 적이 없었는데 아마 올림픽에서 성공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그가 외친 말이
"역시 친구가 최고!"였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