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권 코치의 올림픽 금메달 숨은 비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8-07 11:18


하태권 코치가 혼합복식 경기를 펼치고 있는 김기정-정경은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역시 친구가 최고!"

2013 세계배드민턴개인선수권에 참가중인 한국의 최고 기대치는 남자복식 금메달이다.

고성현(김천시청)-이용대(삼성전기)가 유력한 가운데 김기정-김사랑(삼성전기)과 유연성(상무)-신백철(김천시청)이 반란을 꿈꾸고 있다.

10년전 김동문-라경민의 혼합복식 이후 이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한국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다.

이처럼 남자복식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남자복식을 맡고 있는 하태권 코치(38)의 어깨도 무겁다. 하 코치는 대표팀 코치 중 유일하게 올림픽 금메달을 따봤던 스타 출신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단짝 친구인 김동문과 함께 남자복식을 석권한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만들었던 그가 공교롭게도 남자복식 전담 코치로 금메달 생산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광저우 현장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추억이 자주 회자되곤 한다. 기분좋은 상상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하 코치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9년전 금메달의 숨은 비결을 소개했다. 친구 김동문이 준 장어즙의 효과가 컸단다.


당시 한국 배드민턴은 아테네올림픽에서 김동문-라경민의 혼합복식 금메달을 1순위로 예상했다. 당시 김동문-라경민은 국제대회 72연승, 14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하는 등 전무후무한 세계 1위였기 때문이다.

반면 김동문-하태권의 남자복식은 금메달 예상과는 크게 거리가 멀었다. 한데 결과는 김동문-라경민의 8강 탈락이었고, 김동문-하태권의 깜짝 우승이었다.

당시 배드민턴계는 금메달 전략조 김동문-라경민에 대한 기대가 큰 나머지 올림픽을 앞두고 장어즙 보양식을 따로 챙겨줬다고 한다. 당연히 하 코치는 장어즙을 선물받지 못했다.

숙소를 함께 쓰고 있던 친구 김동문이 혼자만 먹기에는 미안했던지 "나는 어째 장어즙이 체질이 안맞는 것 같다"며 하 코치에게 권하더란다. 하 코치는 못이기는 척 하고 장어즙을 얻어 먹었다.

한데 장어즙이 하 코치에게는 딱 맞았다. 효과가 얼마나 좋았던지 기분좋은 불면증에 걸렸다. 평소 하 코치는 대회 준비 훈련기간에도 식사를 하고 나면 잠깐 낮잠을 자는 습관이었다.

그러나 장어즙을 먹은 이후 잠이 오지 않고 정신만 말똥말똥한 바람에 그 시간에 개인훈련을 더하게 됐단다. 하 코치는 "힘은 남아돌고 잠도 오지 않길래 차라리 운동이나 하자는 생각에 코트에 나갔다"면서 "그렇게 훈련을 많이 적이 없었는데 아마 올림픽에서 성공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그가 외친 말이

"역시 친구가 최고!"였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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