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FA컵 16강전에서 펼쳐진 울산 현대-전북 현대의 '현대家 더비'.
양팀은 상반된 현실 속에서 FA컵 16강전을 맞았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느긋했다. 홈 경기인데다 전력누수가 전혀 없었다. 왼발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회복한 까이끼까지 선발 출전, 주전 멤버가 풀가동됐다. 경기 전 김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이 회복된 것이 다행이다. 가용할 자원이 많아졌다. 특히 공격수들이 돌아와 전북과 대등하게 화력 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북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이동국과 케빈을 최전방에 놓고 긴 패스에 의존해 체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최근 전북의 플레이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제공권 싸움을 관건으로 꼽았다. 그래서 마스다 대신 헤딩력이 좋은 최보경을 수비형 미드필더 김성환의 파트너로 낙점했다.
뚜껑이 열렸다. 그라운드의 현실은 또 달랐다. 최 감독의 우려와 달리 승부는 박빙으로 흘렀다. 울산은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로 일관했다. 전북은 권경원과 이승기가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가며 울산의 공격을 봉쇄했다.
팽팽하던 승부는 용병술로 갈렸다. 최 감독은 후반 4분 아껴뒀던 '이동국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동국은 교체투입되자마자 날카로운 킬패스로 울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케빈과의 공존 해법도 완성한 듯 보였다. 최전방에 두 명이 겹치는 일이 많지 않았다. 미드필드로 내려와 플레이를 펼쳤다. 도우미 역할이었다. 그러나 중요할 때 그의 오른발은 살아있었다. 후반 38분 이승기 패스를 받은 이동국은 아크 서클에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왼쪽 골망 흔들었다. 결승골이자 7경기 연속 골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양팀 감독의 표정은 경기 전과 반대였다. 김 감독은 아쉬움을 전했다. "울산이 그동안 FA컵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해 올시즌 내심 욕심을 냈었다. 그러나 16강에서 탈락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론이지만, 상대 전술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번 경기는 전략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기에는 선수들이 지쳐있었다. 후반 막판 4~5명의 선수들이 근육 경련을 호소했다. 양팀 모두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한 번의 찬스를 결정지었던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고 평가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현대가 더비', 한 골 밖에 나지 않았지만 양팀 감독의 지략 대결에 팬들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