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호 주장' 이창근 "골키퍼 할 사람이 없어 골키퍼 시작"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7-11 08:14



연예인 데뷔 유형 중에 '길거리 캐스팅'이 있다. 길에서 우연히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연예인이 된 경우다.

'이광종호의 주장' 이창근(20·부산)이 그랬다. 축구부가 없는 일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4학년 때 부산 모덕초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후 이창근은 모덕초(부산 아이파크 12세 이하 유소년팀) 축구부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으로 축구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이창근은 공격수였다. 그런데 갑자기 축구부에 골키퍼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 어쩔 수 없이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수문장을 뽑아야 했다. 다들 꺼려했다.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보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포지션이란 인식이 강했다. 결국 투표를 했다. 이창근이 걸리고 말았다. 이창근은 "처음에는 정말 골키퍼를 하기 싫었다. 그래서 골키퍼와 필드 플레이어 훈련을 병행했다"고 회상했다.

부산 신라중에 입학한 이창근은 골키퍼란 포지션이 영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골키퍼 훈련이 끝난 뒤 항상 필드 플레이어 훈련도 같이 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골키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창근은 "공격수들의 강슛을 막아내고 또 막아내다보니 선방의 묘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 때부터 골키퍼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러자 좋은 기회도 찾아왔다. 15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됐다. 축구에 대한 재미가 배가 됐다. 이후에도 이창근은 연령별대표팀을 거치면서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이창근은 이번 터키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리틀 태극전사의 질주는 8강에서 멈췄다. 그러나 이창근이 주장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준 강한 책임감은 축구 팬들을 감동시켰다. 이창근은 "묵직한 스타일은 아니다. 경기장 안에선 많이 떠들고 선수들을 컨트롤 해줘야 한다. 경기장 밖에선 동료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창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기는 콜롬비아와의 16강전이었다. 그는 "우승후보를 상대로 이겼다. 동료들이 죽을 듯이 뛰더라"고 했다. 경기를 앞두고 걸려온 신의손 부산 골키퍼 코치와 롤모델 이범영의 전화가 큰 도움이 됐단다. 이창근은 "신 코치님과 범영이 형으로부터 조별예선이 끝나고 전화가 왔다. '지금 그 자리가 좋은 자리다. 절대 잊지 마라'고 말해줬다. 자신감이 올라갔다"고 했다.

이라크와의 8강전에서 보여준 투지도 축구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창근은 오른쪽 사타구니와 골반 부상을 했다. 오른발로 킥을 하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골킥을 왼발로 차거나 수비수에게 맡겼다. 그러나 경기가 힘든 상황으로 흐르자 오른발 킥으로 전환했다. 이창근은 "수비수들도 힘든 상황이라 골킥을 맡길 수 없었다. 나도 아픔을 참고 오른발로 공을 차야 했다"고 설명했다.

승부차기에 돌입해선 동료들에게 믿음을 전했다. 이창근은 "동료들에게 '나를 믿고 차라. 최선을 다했으니 편안하게 차라'고 말했다. 내가 주장으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창근은 이제 시작하는 선수다. 김병지(전남)-이운재(은퇴)-정성룡(수원)의 한국 축구 수문장 계보를 이을 차세대 골키퍼로 한 걸음 내딛었다. 이창근은 "롤모델인 범영이 형처럼 부족한 점을 채우고 몸 관리도 잘해 꾸준하게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웃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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