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바둑 60년 역사 최초로 장생(長生) 무승부가 발생했다.
화제의 대국은 29일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전반기 5라운드 최철한 9단(SK에너지)-안성준 4단(정관장)간의 대국에서 발생했다.
무한 동형반복의 형태를 확인한 강훈 심판은 즉시 무승부를 선언해 89수만에 장생무승부가 연출됐다.
바둑에서 무승부는 두가지 형태가 있다.
2003년에 개정되기전까지의 승단대회에서는 수많은 무승부가 발생했다. 덤이 현대식의 반집이 아닌 6집-4집-2집-0집의 형태였기 때문이다.
종국후 집수를 세고 덤을 계산하여 동점이면 무승부이다.
우승자를 가리는 토너먼트방식의 대회와는 달리 단의 상승만을 목표로 하는 승단대회에서는 무승부가 나오면 일정점수(승과 패의 중간점수)만을 줄 뿐 재대국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형태의 무승부가 같은 모양이 무한반복되는 3패(4패)나 장생과 같은 형태이다.
일본에서는 이 두 가지 무승부를 '지고(집수가 같은 경우)'와 무승부(판빅)로 세분한다.
2000년 들어 한국바둑계에서 무승부(지고제외)는 총8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3패빅(4패빅) 무승부였다. 3패(4패)빅도 장생과 마찬가지로 무한반복의 형태다. 장소를 바꿔가며 발생하는 3패와는 달리 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장생은 몹시 희귀한 형태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프로 공식대국에서 단 두 번의 장생이 출현했다.
첫 번째는 1993년 9월 2일 제49기 본인방전 본선리그 린하이펑 9단 대 고마쓰 8단의 대국이었고, 2009년 9월 14일 후지쓰배 예선에서 왕밍완 9단과 우치다 슈헤이 2단의 대결이 두 번째였다. 기록에 소홀한 중국에서는 아직 장생에 대한 공식기록이 없어 확인가능한 기록으로는 이번이 세 번째다.
바둑TV로 이 대국을 해설하던 조훈현 9단은 '프로생활 50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다 노부나가의 암살과 관련되었다는 '삼패빅' 과는 달리 장생은 길조로 여겨진다.
'살아있는 기성' 우칭위안 9단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장생는 백만판을 둔다고 해도 나타나기 어렵다. 만약 생긴다면 경사스러운 일로 팥밥을 지어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같은 무승부의 경우 단체전에서 0.5승으로 처리된다. 대국료도 반으로 나눈다. 승리하면 125만원, 패하면 50만원을 지급하는데 최철한과 안성준은 그 합의 절반인 87만5000원씩 나눠갖는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