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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바둑 최초, 장생 무승부 발생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07-01 14:06


한국프로바둑 60년 역사 최초로 장생(長生) 무승부가 발생했다.

화제의 대국은 29일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전반기 5라운드 최철한 9단(SK에너지)-안성준 4단(정관장)간의 대국에서 발생했다.

백(최철한)이 공배가 모두 채워져 뒷맛이 몹시 나쁜 좌상귀에 수를 내러갔다. 오궁도화(五宮桃花-눈 모양이 5개이지만 치중당하면 죽는모양)를 피해야하는 흑(안성준)이 흑85로 자살테러를 감행했고 백이 따내고(86), 흑이 되딴 후(87), 백이 먹여치자(88), 안성준의 두 번째 자살수(89)가 나왔다.

무한 동형반복의 형태를 확인한 강훈 심판은 즉시 무승부를 선언해 89수만에 장생무승부가 연출됐다.

바둑에서 무승부는 두가지 형태가 있다.

2003년에 개정되기전까지의 승단대회에서는 수많은 무승부가 발생했다. 덤이 현대식의 반집이 아닌 6집-4집-2집-0집의 형태였기 때문이다.

종국후 집수를 세고 덤을 계산하여 동점이면 무승부이다.

우승자를 가리는 토너먼트방식의 대회와는 달리 단의 상승만을 목표로 하는 승단대회에서는 무승부가 나오면 일정점수(승과 패의 중간점수)만을 줄 뿐 재대국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형태의 무승부가 같은 모양이 무한반복되는 3패(4패)나 장생과 같은 형태이다.

일본에서는 이 두 가지 무승부를 '지고(집수가 같은 경우)'와 무승부(판빅)로 세분한다.

2000년 들어 한국바둑계에서 무승부(지고제외)는 총8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3패빅(4패빅) 무승부였다. 3패(4패)빅도 장생과 마찬가지로 무한반복의 형태다. 장소를 바꿔가며 발생하는 3패와는 달리 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장생은 몹시 희귀한 형태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프로 공식대국에서 단 두 번의 장생이 출현했다.

첫 번째는 1993년 9월 2일 제49기 본인방전 본선리그 린하이펑 9단 대 고마쓰 8단의 대국이었고, 2009년 9월 14일 후지쓰배 예선에서 왕밍완 9단과 우치다 슈헤이 2단의 대결이 두 번째였다. 기록에 소홀한 중국에서는 아직 장생에 대한 공식기록이 없어 확인가능한 기록으로는 이번이 세 번째다.

바둑TV로 이 대국을 해설하던 조훈현 9단은 '프로생활 50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다 노부나가의 암살과 관련되었다는 '삼패빅' 과는 달리 장생은 길조로 여겨진다.

'살아있는 기성' 우칭위안 9단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장생는 백만판을 둔다고 해도 나타나기 어렵다. 만약 생긴다면 경사스러운 일로 팥밥을 지어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같은 무승부의 경우 단체전에서 0.5승으로 처리된다. 대국료도 반으로 나눈다. 승리하면 125만원, 패하면 50만원을 지급하는데 최철한과 안성준은 그 합의 절반인 87만5000원씩 나눠갖는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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