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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덕 삼세번만의 1위,피말리는 탁구대표선발전 현장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6-13 07:42



"(서)현덕아, 축하한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이상수(23·삼성생명), 정영식(21·KDB대우증권)이 땀에 흠뻑 젖은 서현덕(22·삼성생명)을 향해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서현덕이 비로소 웃었다.

부산아시아탁구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 현장의 열기는 실전 못지않게 뜨거웠다. 지난 3월 파리세계선수권 선발전 이후 탁구대표팀은 선발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기존 리그전이 아닌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했다. 차세대 선수들의 실력향상을 위해 도입한 '무한경쟁' 시스템이다. 부산아시아선수권에는 남녀 각 6명의 대표가 나선다. 4명 선발, 2명 추천 기준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4라운드를 진행해 1위 4명을 뽑는다. 양보없는 전쟁이다. 태극마크를 향한 피튀기는 랠리가 이어진다. 매라운드 1위 선수만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12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펼쳐진 서현덕와 조언래의 3라운드 결승전, 탁구인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긴장된 분위기가 감지됐다. '왼손 에이스' 서현덕은 1, 2라운드에서 잇달아 결승에 올랐다. 이상수, 정영식에게 연거푸 패했다. 3라운드에도 선배 조언래와 함께 결승에 올랐다. 서현덕은 절박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은 단 한사람만이 '절대반지' 태극마크를 손에 넣는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피말리는 경쟁에서 '탈출'하려면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 첫날 1라운드에서 '탈출'한 선배 이상수와 둘째날 2라운드에서 '탈출'한 동기 정영식은 여유있는 표정으로 서현덕의 경기를 관전했다. 이번에도 진다면 마지막까지 태극마크를 미뤄야 한다. 조언래를 4대1로 꺾었다. 삼세번만에 극적인 '탈출'에 성공했다.

'차세대 에이스' 이상수 정영식 서현덕이 3장의 태극마크를 꿰찼다. 서현덕은 "너무 힘들었다. 오늘 탈출하지 못할 것같다는 생각도 했다"며 웃었다. 1년 선배 이상수도 "현덕이가 2등을 4번할까봐 걱정했다"며 웃었다. 이상수와 서현덕은 한솥밥 선후배이자 룸메이트다. 내동중-중원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첫날 결승에서 만났다. 이상수가 이겼다. 서현덕은 쿨했지만, 오히려 승자인 이상수는 맘껏 좋아하지 못했다. 후배의 선전을 응원했다. 추천전형도 있지 않느냐는 말에 선수들은 "자존심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추천전형으로 뽑히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추천으로 선발되면 부담스럽고, 오히려 눈치를 보게 된다." 반듯한 젊은이들은 오롯한 실력으로 승부하길 원했다. 서현덕은 2번 연속 결승에서 고배를 마시며 지독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그래도 바뀐 방식에 대해 호평했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 당시엔 힘든 경기방식과 긴장감, 압박감에 불만도 많았었다. 선수들이 바뀐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인정했다. "리그전은 초반 볼이 잘 맞지 않으면 분위기에 말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토너먼트전은 실력이 있다면 반드시 '탈출'하게 된다. 1차에서 1등하지 못해도 2-3차 라운드에서 실력자가 이기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피말리는 경쟁속에 몸과 마음은 지치고 힘들지만, 이전보다 더 공정하고 정확한 선발방식이라는 점에 선수들은 공감했다. "긴장감과 압박감이 최고다. 선발전을 거치면서 경기력과 집중력도 좋아지는 것같다"고 자평했다. 선발전을 그동안 갈고닦은 기술의 시험대로 삼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상수는 최근 연마한 서비스를, 정영식은 힘빼는 탁구, 발을 많이 움직이는 탁구를, 서현덕은 포어드라이브를 선발전에서 집중적으로 구사했다고 했다. 강문수 탁구대표팀 총감독 역시 "경기내용이 익사이팅하고 타이트하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했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김형석 여자대표팀 감독 역시 "예전보다 집중력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좋아졌다. 선발전의 긴장감을 이겨내는 것 또한 훈련"이라고 했다. 무한경쟁속에 차세대 선수들의 체력도, 정신력도 강해지고 있다.

이날 선발전에서 남녀 3명의 부산아시아탁구선수권 대표가 확정됐다. 남자는 이상수, 정영식, 서현덕, 여자부에서는 양하은(대한항공), 서효원(한국마사회), 조하라(삼성생명)가 선발됐다. 13일 남은 1장의 태극마크를 놓고 남자 11명, 여자 8명의 선수가 격돌한다. 부산으로 가는 마지막 티켓이 달렸다.
태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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