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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와 파비오 감독대행의 6개월 '동거'가 끝이 났다.
지난해 12월, 이흥실 감독대행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파비오 감독대행이 1일 부산과의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를 마지막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난다. 감독대행의 임무를 마친 그는 '본업'인 코치로 돌아가 선수단의 피지컬을 책임지게 된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감독대행을 하는 동안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열심히 준비했다. 좋은 경험이 됐다. 매순간 행복하고 즐거웠다"며 6개월 간의 여정을 끝낸 소감을 밝혔다. 이제 전북의 지휘봉은 원래 '주인'인 최강희 A대표팀 감독에게 돌아간다. 최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을 마친 뒤 전북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흥실-파비오 감독대행으로 이어진 1년 6개월간의 '전북 사령탑 전세살이'도 마침표를 찍게된다. 최 감독은 26일 수원전부터 전북의 벤치에 앉는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경기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유종의 미를 원했다.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동국 정인환 이승기 등의 A대표팀 차출과 김정우 정 혁 서상민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공백이 컸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감독'으로 맞이한 마지막 경기에서 1대4로 대패했다. 그는 21경기에서 8승7무6패(리그 6승3무4패·아시아챔피언스리그 2승4무2패)를 성적을 남긴채 지휘봉을 최 감독에게 넘기게 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탈락과 리그 5위가 그가 남긴 성적표다.
6개월간의 사령탑 공백을 '열정'으로 메운 그의 공적은 인정받을 만 하다. 반면 경기 내용과 성적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취임 일성으로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에 '닥수(닥치고 수비)'를 입히겠다"고 했다. 닥공과 닥수 모두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전북은 리그 13경기에서 21골(경기당 평균 1.6골)을 넣었다. 매년 K-리그 팀 득점에서 1,2위를 다투던 전북은 포항 서울 제주 울산에 이어 5위에 그쳤다. 닥수는 초라했다. A대표팀 주전 수비수 정인환을 영입하고도 수비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 19실점으로 리그 최소실점 10위에 머물렀다. 시즌 전 밝힌 두 가지 목표 달성도 실패했다. 전북은 ACL 16강에서 가시와 레이솔(일본)에 2연패하며 8강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ACL 8강에 팀을 올려놓고 최 감독에게 바통을 넘기려했던 파비오 감독대행이 남긴 가장 큰 오점이다. 리그 순위도 목표(3위 내 진입)에 못미쳤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가시와와의 홈경기에서 패(0대2)한 것이 가장 아쉽다.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패했다. 그 경기 패배가 8강 진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곱씹었다. 반면 "힘든 상황에서도 광저우 원정에서 0대0으로 비긴 것이 가장 기뻤고 FC서울과의 홈경기 승리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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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근 전북 단장이 파비오 감독대행의 6개월을 진단했다. "부산전에서 승리를 했으면 3위로 전반기를 마칠 수 있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 것이 아쉽다. 그래도 5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팀을 잘 이끌어줬다." 긍적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반면 "집을 전세주면 조금씩 망가질 수 밖에 없다"라는 평가 속에 아쉬움을 전했다. 6개월간의 감독대행 기간동안 선수단이 알게 모르게 느꼈을 '불안감'에 대한 얘기였다. 그는 "감독대행은 한계가 있다. 파비오 감독대행이 열정적으로 팀을 이끌었지만 '대행' 꼬리표의 무게가 컸을 것이다. 외국인이고 피지컬 코치 출신이다보니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 속에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고 했다.
파비오 감독대행이 남긴 아쉬움이 곧 최 감독의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 단장은 "1년 6개월만에 원래 주인이 돌아온다. 팀을 잘 알고 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선수단 분위기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최 감독이 최종예선을 마치고 돌아오면 미팅을 할 예정이다. 일단 그 전까지 파비오 코치가 팀 훈련을 지휘하고 26일 수원전부터 최 감독이 벤치에 앉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의 나머지 숙제는 '뉴페이스' 활용법이다. 케빈 이승기 정 혁 박희도 정인환 이규로 송제헌 이재명 등 8명의 '이적생'이 팀 적응을 마쳤다고 하지만 최 감독의 눈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기존 선수들과 '뉴페이스'의 조화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최 감독의 눈 앞에 놓인 과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