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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 처참하게 파손된 천안함 아래 선 '마린보이' 박태환(24)은 숙연했다.
'바다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해군의 이미지와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낙점됐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직후 4주 군사훈련을 마친 박태환이 '명예대위' 견장이 달린 해군 정복을 입은 채 해군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가했다.
흉물스럽게 철골을 드러낸 함체를 올려다보며 "뉴스를 통해 천안함 사건을 접했지만 현장에 와서 직접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홍보대사로서 자부심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박 준위가 "유치원생부터 노인정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온다. "북한이 전술로는 한번 이겼을지 모르나, 천안함을 볼 때마다 우리 국민 모두 철통같은 안보의식을 되새긴다는 정신적 교육적 측면에선 우리가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진 해군홍보대사 위촉식, 박태환은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을 향해 절도있고 씩씩한 거수경례를 올려붙였다. 이날 박태환의 해군홍보대사 위촉식엔 30여명의 열혈팬이 초대됐다. 해군측이 직접 서울로 40인승 버스를 올려보냈다. 소녀팬들은 '오빤 해군스타일' '해군 ★필승' '진짜사나이'등 정성껏 준비해온 플래카드를 들어올렸다. 박태환의 해군홍보대사 위촉을 열렬히 축하했다.
제복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에 박태환이 싱긋 웃었다. "원래 화이트 컬러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해군제복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멋진 제복을 입고 영광스러운 일까지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군참모총장배 전국수영대회와의 남다른 인연도 소개했다. 박태환은 10세 때이던 1999년 해군참모총장배에서 자유형 100m, 개인혼영 200m에서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올림픽 챔피언의 장밋빛 미래를 일찌감치 점쳤다. "어린 시절의 인연이 이렇게 좋은 계기로 다시 이어지니 더욱 뜻깊다"고 했다.
강감찬함에서 해군홍보대사 위촉식 직후 사인회가 진행됐다. 100여명의 해군 사병, 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사인요청, 사진촬영 요청이 쇄도했다. 일일이 웃는 낯으로 응했다. 한 사병이 이순신 장군의 사진이 또렷한 플래카드에 사인을 요청했다. '필승해군, 호국해군'이라는 글씨 아래 박태환이 자신의 이름 세글자를 오롯히 새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