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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보다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인이 되기 위해 필히 파리 관광을 하고 귀국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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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삼성생명)-박영숙(한국마사회)조가 19일 10년만의 혼합복식 결승행을 이루기 전이다. 회장님의 지시는 '포상'의 의미가 아니었다. 메달이나 성적과는 무관했다. 오히려 "실망하지 말라"는 말로 선수단을 위로했다.
파리세계탁구선수권은 오상은 주세혁 유승민 김경아 박미영 등 지난 10년간 한국탁구를 호령해온 선배들이 모두 빠진 첫 대회다.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10~20대 뉴페이스, 어린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중학생 황민하(부천 내동중)를 비롯해 이상수 서효원(한국마사회) 박성혜(대한항공) 조유진(삼성생명) 유은총(포스코에너지) 등이 처음 세계무대를 밟았다. 조 회장은 선수들에게 당장의 성적보다 꿈과 경험을 심어주길 원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성적보다 지식, 견문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런던올림픽 후 선수단 관광을 제안했을 때와 같았다.
조 회장의 탁구사랑 '공부하는 선수' 지원
조 회장의 '탁구사랑'은 특별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기간 내내 탁구경기장인 엑셀 아레나에서 2파운드짜리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선수들을 뜨겁게 응원했다. 대한체육회장 불출마 선언 때도 "나는 탁구에 집중하겠다"는 말로 애정을 표했었다. '공부하는 선수' '글로벌한 선수'에 대한 조 회장의 지원에는 일관성이 있다. 올림픽 직후 선수단에게 전용버스를 제공했다. 타워브리지, 빅벤 등 유명 관광지를 돌아봤다. 올림픽 직후 현정화 전 대한탁구협회 전무의 남가주대(USC) 유학을 남몰래 도운 것 역시 조 회장이다. 대학총장에게 직접 추천서를 보내줬다. 대한민국 대표 에이스의 학업을 독려했다. '선수가 운동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경쟁력 있는 세계인이 돼야 한다'는 지론을 일관된 지원을 통해 실천하고 있다. 선수보다 조직에 집중하는 많은 아마스포츠 협회들이 본보기 삼을 일이다.
이날 저녁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 버스는 대한항공 파리 지점 앞에 멈춰섰다. "기내식 때까지 배고플까봐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종일 걷느라 배가 꺼진 선수들의 귀가 쫑긋했다. 수십박스의 도시락이 버스에 실렸다. 불고기 제육볶음 닭강정 갖은 야채가 꽉 들어찬 특제 도시락엔 정성이 가득했다. 현지 가이드가 "수십년 일해왔지만 이런 훌륭한 도시락은 처음"이라며 감탄했다.
직원들은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10년만에 은메달 쾌거를 일군 '신세대 에이스' 이상수 박영숙에겐 비즈니스석이 제공됐다. "앞으로도 계속 잘해야겠지?"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의 뼈있는 농담에 메달리스트들이 활짝 웃었다. '약속의 땅' 파리에서 탁구가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