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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입상으로 병역면제?올림픽 메달이 쉬운가"뿔난 선수들의 호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4-26 13:10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이 병무청이 추진중인 운동선수들의 병역혜택 규정 강화 방안에 분노와 서운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은 25일 '체육요원 편입기준 강화계획에 따른 호소문'을 발표했다. 병무청이 마련한 개정안이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우려와 함께 개선을 촉구했다.

병무청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에서 "한 번의 입상으로 사실상 병역을 면제받는 불합리성을 제거해야 한다"며 운동선수들의 병역 혜택 규정을 강화할 뜻을 나타냈다.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게 체육요원 혜택을 주는 기존 병무법을 개정, 국위선양의 기여 실적에 따라 대회별로 평가점수를 매기고, 대회에서 획득한 누적점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야 병역혜택을 받는 체육요원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은 호소문을 통해 '한번의 입상'이라는 말에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운동선수에게는 평생의 땀이자 필생의 꿈인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획득'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여기는 발상에 의아함과 함께 섭섭함을 표했다. "10년 20년 혹독한 훈련을 해도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고, 국가대표가 돼도 세계무대에서 입상하기는 더욱 어렵다"면서 "한 번의 입상으로 병역을 면제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말은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줬다"고 털어놨다. "올림픽 등에서 입상해 체육요원에 편입돼도 해당선수는 34개월 동안의 의무 복무 기간 체육 분야에서 중단없이 훈련에 매진해야 한다. 병역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체육요원 편입기준 강화계획' 발표에 반발해 국가대표 선수-지도자들이 보내온 호소문 전문이다.

[체육요원 편입기준 강화계획에 따른 호소문]

지난 4월 8일, 우리 선수들은 병무청에서 발표한 '체육요원 편입기준 강화계획'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입법 전인 이 개정안의 발표로 선수촌 내 분위기가 가라앉고, 선수들의 사기는 몰라보게 저하됐습니다.


물론 우리 중에는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해 이미 체육요원으로 지정돼 이 제도의 혜택을 받게 되는 선수들도 있고, 이미 병역의 의무를 끝마친 지도자들도 상당수입니다. 하지만 이번 병무청 발표에 모든 국가대표 선수단이 한마음이 되어 펜을 든 이유는 동료 및 후배들과 앞으로 자라나는 체육 꿈나무들을 위해 앞서 체육인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가 미약하나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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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병무청의 체육요원 편입기준 강화 계획을 보면 한 번의 입상으로 사실상 병역을 면제받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일정점수 이상의 누적점수가 쌓이면 체육요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입상'이란 표현은 우리 선수들에게는 의아함과 동시에 섭섭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여기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어릴 적부터 운동을 시작해 10년에서 20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습니다. 고된 훈련에 때로는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이곳저곳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속에 알리겠다는 일념아래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많은 것을 포기하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몇몇 종목은 체급종목으로 식단조절도 까다로워 먹고 싶은 것들을 참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영예를 얻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 국가대표가 되더라도 쟁쟁한 선수들로 가득한 세계무대에서 여러 번의 예선전을 거쳐 입상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한 번의 입상'이라는 표현은, 그리고 '한 번의 입상으로 병역 면제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라는 말은 우리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군 면제를 받는다는 인식입니다. 체육요원은 결코 병역을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34개월 동안의 의무복무 기간에 체육분야에서 중단 없이 훈련에 매진하여 추후에도 좋은 성적으로 국위선양을 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배려해주는 제도입니다.

만약 이 제도가 입법화되어 시행된다면 이 혜택을 받는 선수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선수들은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메달을 따더라도 자격에 못 미치는 누적점수로 입대해야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비록 선수들이 체육요원이라는 혜택을 받기 위해 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은 군 복무기간 동안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탓에 다시 선수생활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이번 제도가 진정 그동안 국가 위상과 국민화합에 기여해온 선수들을 배려하고,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현재 올림픽대회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체육요원 편입제도와 병행하여 세계선수권대회 등 더 많은 국제대회의 상위 입상자(누적점수제가 아닌 메달기준)로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혜택을 받는 선수들이 증가하게 된다면 이는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국격을 향상시키고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줄 것입니다. 부디 선수들의 이러한 바람에 귀 기울여 이번 개정안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대회 및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국민 여러분께 승전보를 전달하고자 오늘도 열심히 땀 흘려 훈련하고 있습니다. 고된 훈련 속에서도 힘을 낼 수 있는 까닭은 여러분께서 보내주시는 지지와 성원 덕분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 한마디와 열정 가득한 함성 속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은 더 큰 용기와 힘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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