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천시청 박태환"축하받기보다 감사드리고 싶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3-26 18:45


인천시청에 새 둥지를 튼 박태환.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축하받기보다는 감사드리고 싶어요."

외로운 '수영영웅' 박태환(24·단국대대학원)이 새 둥지를 찾았다. 결국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최지, 인천시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박태환 논란'의 첫 매듭을 풀었다. 인천이 '400m 레전드' 박태환의 손을 잡았다. 인천시청은 26일 오후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박태환 선수가 28일 오후 1시30분 송영길 인천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시청 공식입단식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인천시청 입단을 확정한 박태환의 음성은 언제나처럼 씩씩했다. 축하인사에 "아 벌써, 기사가 떴어요?"라며 웃었다. "축하받기보다는 가장 힘들고 민감한 시기에 손을 내밀어준 인천시에 감사드리고 싶어요"라며 겸손히 고개 숙였다. 최근 대한수영연맹의 포상금 미지급, 자비 전지훈련, 홈쇼핑 출연, 외신보도 등 일련의 과정속에 "아예 인터넷을 끊고 살았다"고 털어놨다. 수영장 밖 세상은 분노로 들끓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박태환은 담담히 훈련에만 매진했다.

"인천쪽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고, 송 시장님이 관심을 가지고 챙겨주셨다고 들었어요"라며 계약 배경을 밝혔다. 28일 인천시청 유니폼을 입는 박태환은 31일 K-리그 클래식 인천유나이티드 홈경기 팬사인회 및 시축에 참가한다. 인천시는 "인천시의 브랜드 가치 제고, 인천전국체전 및 인천아시안게임의 흥행 성공, 인천수영 발전 등을 위해 박태환을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박태환과 함께 수영 꿈나무 육성 발굴을 위한 재단 설림을 추진하는 한편,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문학수영장을 '박태환수영장'으로 명명하는 네이밍 라이트 계약도 검토중이다. 인천시도, 선수도 윈-윈이다.

지난해 9월 4년 계약이 끝난 SK텔레콤 전담팀 외에는 어떤 팀에도 속한 적 없는 박태환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생겼다. "민감한 시기에 좋은 인연으로 저를 잡아주신 것에 감사해요. 선수로서 어쩌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구원'해준 것과 같죠"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구원'이라는 단어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짐작됐다. "인천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죠.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전국체전에서도 인천시의 한 선수로서 명예를 빛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의 우승 부담에 대해서도 '쿨'하게 답했다. "국내라서 부담감이 더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라서 더 잘할 수도 있죠. 국제대회를 한국에서 치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승리하도록 열심히 해야죠. '열심히 하겠다'가 아니라 '저절로 될 것'같아요. 훈련량으로 뒤집어 엎어야죠!" 특유의 패기넘치는 대답에서 믿음직한 에너지가 전해졌다.

단국대 대학원에서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박태환은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마이클 볼 감독의 호주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한다. 당장 여름부터 아시안게임 체제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런던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1년 전부터 D-데이를 향한 준비를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박태환은 수영연맹과 갈등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연맹하고 갈등이 있긴 하지만, 사실 제가 만든 일이 아닌데 이런저런 이야기가 쏟아져나와 속상해요. 이제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훈련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앞만 보고 나가야죠."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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