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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의 신' 양학선이 금의환향했다. 17일 프랑스월드컵 도마종목 결승에서 우승한 직후인 19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경쟁자들의 부진 속에 자신의 신기술 '양학선'을 선보일 필요가 없었다.광주체고 시절부터 몸에 밴 '여2'와 '로페즈'만으로도 2위와 1점 가까이 차이나는, 클래스가 다른 우월한 연기를 선보였다. 올시즌 첫 포디움에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당당히 우승했다. 런던올림픽 챔피언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무엇보다 유니버시아드대회,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새 채점규정과 경기력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는 대회였다"고 첫 국제대회 금메달의 의미를 부여했다. 금메달에 만족하기보다, 새시즌을 앞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 삼았다. "제 몸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됐다. 결승 무대 '여2' 착지에서 한발 나가며 좋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양학선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달라진 채점규정을 처음 접했다. "점수가 뚝 떨어져 당황했다.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줄곧 16점대를 기록했던 점수가 14점대로 떨어졌다. "13점대 선수도 거의 없더라"고 했다. 채점방식이 완전히 바뀐 탓이다. 지난해까지는 1-2차 시기의 점수(난도+실시점수)를 둘로 나눠 최종점수를 계산했다. 올해부터 난도점수는 1-2차 시기 평균이다. 실시점수는 1-2차 시기에 감점을 더해 10점에서 뺀다. 이번 대회 양학선의 경우 지난해 7.0이었던 '여2'와 '로페즈' 기술난도가 6.0으로 떨어졌다. 실시에서 1차 시기 9.2점, 2차시기 9,4점, 착지감점 0.1점을 받았다. 10점에서 1-2차 시기 감점(0.8+0.6+0.1)을 고스란히 뺀 8.5점이 최종 실시점수가 되는 셈이다. 난도 6.0점에 실시 8.500점을 더한 14.500점을 받았다. 바뀐 채점규정에서는 우월한 난도보다 정확한 실시가 중시된다. 부족한 실시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아무리 난도가 높더라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오심 논란속에 금메달을 놓쳤던 체조 스타 출신 양태영 코치가 동행했다. 양 코치는 "일정이 타이트하고, 현지 날씨도 너무 안좋아서 시차와 컨디션 조절이 힘들었다. 악조건속에서도 무난히 편안하게 경기를 잘 뛰어줬다"고 애제자의 선전을 칭찬했다.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유럽선수권 챔피언인 코크지 등이 긴장한 탓인지 부진했다. 기존 선수들의 실수가 많아 편안하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챔피언' 양학선의 위상도 확실히 달라졌다. 2년 전과는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양 코치는 "동료선수들이 한번 더 다가온다. 먼저 인사를 건넨다.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학선이가 자신감 있게 경기하는 데도 긍정적인 계기가 됐다." 시즌 첫 대회에서 느낀 점, 배운 점도 많다. 양 코치는 "새 채점규정 아래서는 신기술 계발을 통해 스타트 점수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쟁자인 북한 리세광의 난도 점수가 높기 때문에 신기술 계발에도 매진해야 한다.확실한 기술을 감점없이 뛰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향후 유니버시아드대회, 세계선수권 등에 맞춘 최적의 작전을 짜야할 것"이라면서 "새로 바뀐 규정이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맞춰서 이기면 된다"며 강력한 자신감을 표했다.
'영리한 강심장' 양학선 역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이미 알고 있었다. 시즌 첫 대회를 통해 자신이 해야할 일, 부족한 점을 찾아냈다고 했다. "1차시기는 고난도 신기술을 통해 스타트 점수를 높이고, 2차 시기는 확실한 기술, 무결점 연기로 감점없이 승부해야 할 것같다." 신기술과 정확성,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다. 세계 1위를 지켜내기 위해 '두마리 토끼'를 잡을 뜻을 분명히 했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