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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전혀 예상치 못했다.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알았다"
늘 침착하던 '전설의 명사수' 출신 박종길 태릉선수촌장(67)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13일 오후 청와대가 임명한 차관 리스트 중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이름을 올렸다.
박 차관은 엘리트 경기인 출신 첫 차관이다.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1978년 방콕, 1982년 뉴델리,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속사권총에서 3연패를 달성한 명사수다. 1992~1996년까지 사격 국가대표팀 감독, 2002~2004년까지 대한사격연맹 실무부회장을 거쳐 런던올림픽 본격 준비에 들어간 2011년 1월부터 태릉선수촌장으로 일해왔다. 성실성과 책임감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태릉선수촌장 재직 시절 박 촌장의 별명은 '태릉 이사도라'였다. 1년 365일, 매일 24시간 선수촌을 돌고 또 돌았다. 자상한 촌장님은 선수들의 생일은 물론, 선수 가족들의 기념일, 돌잔치까지 일일이 챙겼다. 런던올림픽 당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레슬링 김현우의 금메달을 점지할 만큼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가족같은 촌장님'이었다. 런던올림픽 총감독으로서 원정올림픽 5위,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 스포츠 현장에서 40년 넘게 쏟은 뜨거운 땀과 열정이 인정받았다.
박용성 대한체육회 명예회장과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밑에서 실무자로서 일해왔다. 체육회의 상부기관인 문체부 차관으로 '영전'하며 예기치 못한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됐다. 박 차관은 "국민행복의 기본은 국민 건강 아니냐. 국민행복 시대를 여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스포츠와 체육인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시기 위해 저를 선택하신 것같다"고 인사 배경을 해석했다. '촌장님의 입궐'에 체육계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체육인의 현안과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촌장님의 입궐을 경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발로 뛰는 실무 차관으로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