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의 71%가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을 알고 있다네요."
0%에서 시작한 일이다. 1963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누이동생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가 창시한 지적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 스페셜올림픽이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1월 초까지만 해도 '그들만의 리그'를 온국민의 축제로 만드는 꿈은 불가능해 보였다. '71%의 기적'은 하루 20시간, 발이 부르트도록 뛴 진심의 결과물이다. 당초 목표관중 18만명에 근접한 17만7000명의 관중이 스페셜올림픽을 찾았다. 1만원짜리 티켓, 스페셜패스는 9만1000여장이 팔렸다.
8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묻자 나 위원장은 "절반 이상은 성공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스페셜올림픽조직위원회(SOI)로부터도 "이렇게 잘 조직화된 대회는 처음"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적장애인들을 다른 각도로 보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뿌듯하지만, 이것이 첫발자국인데, 뜨겁게 달궈진 온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 어떻게 변화로 만들어내느냐의 숙제가 남았다"고 덧붙였다.
아무도 몰랐던 스페셜올림픽을 믿고 후원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모두 다 고맙다. 너무 많이 빚졌다.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머리를 숙였다. "꼭 하고 싶은 말은 지적장애인을 위해 내가 뭘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옆집에 사는 지적장애인을 이상하게 하지 말고, 서먹하게 대하지 말고, 기다려주길 바란다. 개개인의 특성을 알게 되면 친해질 수 있다. 거기서부터 출발하자. 나라, 정책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나 위원장은 대회 전반에 걸쳐 '매의 눈'으로 가장 작은 현장의 디테일까지 챙겼다. 스페셜올림픽 유니폼 제작 후 모자가 'KOREA' 로고를 살짝 가리는 것을 보고, 모자에도 로고를 새겨넣을 것을 제안했다. '엄마의 마음'으로 하나에서 열까지 꼼꼼히 챙겼다. 4일 자원봉사자들과의 만남, 열흘씩 집을 떠나와 있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한 아이를 꼭 껴안아주자, 자원봉사자들이 "저도요"하며 몰려들었다. 자식같은 이들을 일일이 껴안았다. "진짜 엄마같아요." 나 위원장이 8일간의 스페셜올림픽 현장에서 들은 가장 뿌듯한 찬사였다.
대회 기간 내내 정작 딸 윤아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일은 가장 마음에 걸린다. 지적장애인 딸 윤아는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한다. 엄마가 조직위원장으로 나선 대회라 오히려 몸을 낮췄다. 아이는 참가를 원했지만, 엄마는 극구 말렸다. 미안하고 속상한 일이다.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과 같은 기간 열린 세계청소년대회(Global Youth Rally)에 참가한 딸을 오랜만에 마주쳤다. "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많이 먹는데… 살이 확 쪘더라. 속상하다. 빨리 돌아가서 딸을 돌봐야 한다. 다이어트시켜야 된다"며 웃었다. 스페셜올림픽의 스페셜한 엄마 나경원은 진짜 엄마로 돌아간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잠자기, 딸과 시간보내기 그리고 나서 그동안 밀린 일도 해야죠"라며 미소 지었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