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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플로어하키팀 반비,울어버린 3-4위전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2-04 18:26



"얘들아, 선생님이 약속할게. 마지막이 아니야."

지적장애인 플로어하키 대표 '반비'팀 손원우 감독(34)이 안경을 벗고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4일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플로어하키 3-4위전, 강릉 관동대체육관은 눈물바다가 됐다.

대한민국 대표 '반비'는 3-4위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팀과 맞붙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몸집이 1.5배는 됨직한 선수들과 맹렬한 몸싸움을 펼쳤다. 3분씩 9쿼터로 진행된 경기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8쿼터에 통한의 역전을 허용했다. 3대5로 경기를 마친 후 처진 어깨로 돌아서는 선수들 뒤에서 손 감독이 격렬한 몸짓으로 절규했다. 학부모도 선수도 관중들도 눈물을 쏟았다.




지적장애 3급 권이삭은 양팀을 통틀어 최고의 에이스였다. '하키메시'라는 별명 그대로였다. 스틱을 든 채 작고 날렵한 몸으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모습은 바르셀로나의 영웅 메시 못지 않았다. 지적장애를 가진 부모는 이 아이에게 자신의 '천형'과 함께 기적같은 '운동신경'을 물려줬다. 장애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빨랐다. 6차례 예선전에서 8골을 뽑아냈다. 팀득점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공격수다. 3쿼터 선제골의 주인공 역시 권이삭이었다.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엄마'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손 감독도 두 엄지를 번쩍 치켜들었다.

3쿼터 종료 직전 상대에게 동점을 허용했지만 5쿼터 권이삭의 속공이 또한번 빛을 발했다. 다시 2-1로 앞서나갔다. 6쿼터 2-2 동점, 7쿼터 2-3 역전을 허용했지만 선수들은 끈질겼다. 박철호가 문전쇄도하면서 기어이 3-3 동점을 만들어냈다. 8쿼터 손 감독은 '에이스' 권이삭을 아꼈다. 종료 50여 초를 남기고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했다.

"박살내!" 3-4로 한점 뒤진 채 시작한 마지막 9쿼터 손 감독은 제자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마지막 승부사로 나선 권이삭의 외침 역시 급박했다. "동메달 따자!" 지공작전을 펼치는 상대를 향해 '반비'들이 몸을 던졌다. 필사적이었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외쳤다. 경기가 격렬해지자 심판의 경고가 쏟아졌다. 잇단 퇴장 명령에 손 감독이 격하게 항의했다. 선수들도 당황했다. 결국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1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종료 휘슬이 울렸다. 3대5, 뼈아픈 패배였다. 선수들은 망연자실했다.

손 감독은 야속한 심판진을 향해 절규했다. "우리 아이들이 1년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항의하다 말고 그만 의자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고 말았다. '16명의 아들을 키우는 노총각 선생님'은 대회 전부터 유명인사였다. 성인아이스하키팀의 장비를 재활용하고, 변변한 훈련장 하나 구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스페셜올림픽 출전을 열망했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고, 1등도 꼴찌도 없는 스페셜올림픽이지만 선생님의 마음은 절박했다. "내 동생같고 아들같은 이 아이들에게 메달을 꼭 걸게 해주고 싶었다. 장애는 장애일 뿐 우리도 똑같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권이삭은 시무룩했다. 인터뷰를 하자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리를 감싸안았다. 손 감독이 절망한 제자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떠난 그 코트에 선수들을 이끌고 다시 나왔다. "마지막이 아니야, 너희는 충분히 해낼 수 있어." 일렬로 늘어선 채 관중석을 향해 감사의 큰 절을 올렸다. 선수들이 서로를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져도 괜찮아. 정말 잘했어. 아들, 자랑스럽다." 세상에 둘도 없는 스페셜한 아이들을 껴안고, 부모도 스승도 눈물을 쏟았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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