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스페셜올림픽'예술감독 이병우가 귀띔한 개막식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1-28 16:34


◇이병우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개폐막식 예술총감독

"우리가 돌보면서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오히려 우리를 돕고 있었다. 자식때문에 내 인생이 힘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그렇게 돌봐왔던 자식이다. 그 점에 집중했다."

자신의 음악처럼 말간 얼굴로 2013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개막식의 컨셉트를 조근조근 설명했다. 2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용평돔에서 펼쳐질 개막식의 지휘자는 '어떤날'의 기타리스트이자 '장화홍련' '괴물' '마더' '왕의남자' 등 유수한 영화음악으로 사랑받아온 작곡가 이병우 예술총감독(48)이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장애인들의 동계 스포츠 축제다. 8세 이상의 모든 지적장애인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꼴찌도 1등만큼 큰 박수를 받는 대회다. 느리더라도 함께가는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이라는 대회 슬로건대로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개막식을 위한 고민이 깊었다. 생각의 끝은 소중한 사람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존재'로서의 지적 장애인이었다. 도와주고 돌본다고 생각한 그들에게 사실은 가장 많이 의지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이런 깨달음으로 개막식을 준비했다.

개막식 키워드는 '꿈의 합창(드림코러스)'을 골격으로 한 판타지다. 지적장애인을 상징하는 '스노우맨'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스노우맨'은 친구들과 다른 면도 있고, 이런저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얼음 위에서만큼은 누구 못잖게 자유로운 자신만의 세계를 열어간다는 스토리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 감독은 "내 인생 행복했던 순간들을 생각하고 전체 스토리라인을 구상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아이를 갖고 아이를 키우는 따뜻한 인생의 순간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어깨에 힘을 뺀 '눈높이' 개막식이다. 올림픽, 월드컵 등 기존 국제행사의 화려함보다 따뜻함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행사들이 근육질이었다면 이번에는 유연한 행사가 될 것"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표했다.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말이나 특정언어보다 마음으로 와닿는 무용과 음악을 많이 썼다. "누가 봐도 아 그랬었지. 우리가 좋아하는 게 이런 거지 하는 영상을 택했다.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평창스페셜올림픽 주제가 '투게더 위캔'은 가수 이적이 노래했다. '거위의 꿈' '다행이다' '말하는 대로' 등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노래에서 특별한 재능을 발휘해온 이적 특유의 명징한 음색이 매력적이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이병우의 느린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저릿하다. 일부러 발랄함을 가장하기보다 잔잔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지적 장애인들의 현실을 노래했다. 힘을 번쩍 솟게 하는 파이팅은 없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 지난 7일 포털을 통해 음원을 공개했다. 이 곡의 수익금 전액 역시 한국 스페셜올림픽위원회에 기부된다.

이날 개막식엔 전세계 110개국 2800여명의 선수단은 물론 미얀마의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 조이스 반다 말라위 대통령, 대회 홍보대사인 김연아, 가수 원더걸스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29일부터 2월5일까지 8일간 강원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8개 종목(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스키, 스노보드, 스노슈잉,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트, 피겨스케이트, 플로어하키, 플로어볼) 경기가 펼쳐진다. 대회입장권인 '스페셜 패스'(1만원)를 구입하면 대회 전경기와 다양한 문화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연계해 정기관람을 한 학생들에게 4시간의 자원봉사점수도 부여한다. 방학중인 청소년들과 가족 단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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