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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잘 만났다."
일종의 '어게인 런던올림픽'이다. 지금도 배드민턴계와 스포츠팬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의 '고의패배' 파문을 잊지 못한다.
당시 '고의패배' 파문에는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의 여자복식 선수 8명이 연루돼 실격 처분을 받았다.
이후 한국은 자체 추가 징계에 따라 정경은(KGC)-김하나(삼성전기)와 하정은(창원시청)-김민정(전북은행) 등 4명에게 '국가대표 자격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국제 배드민턴계의 비판은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선수들에게 족쇄를 채운 한국의 조치가 가혹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어났다.
결국 정경은-김하나는 이번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되찾지 못한 채 각자 소속팀 개인자격으로 여자복식에 출전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두 선수의 징계 감면을 요청했지만 대한체육회가 불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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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됐다. 정경은-김하나조와 위양-왕샤오리조가 12일 펼쳐지는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정경은-김하나는 11일 열린 대회 8강전에서 바오이신-티안칭조를 2대0(21-11, 21-18)으로 완파했다.
이에 앞서 같은 중국조와 8강전을 치르기로 했던 위양-왕샤오리는 상대 선수가 갑자기 장염을 호소하며 기권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준결승에 올랐다.
런던올림픽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한국으로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대결을 벌이게 됐다.
당시 8강 진출을 미리 확정하고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위양-왕샤오리를 만났던 정경은-김하나는 상대가 8강에서 유리한 대진표를 받기 위해 노골적으로 져주기 경기를 하는 것에 화가 난 나머지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가 파문에 휘말렸다.
올림픽의 발칵 뒤집었던 사건이 발생한 이후 5개월여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이날 8강전을 마친 정경은-김하나는 이구동성으로 "이번에 제대로 붙어서 꼭 물리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 자격정지 징계가 빨리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도 빼놓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채 경기장에 들어설 때 기분이 약간 묘했다는 김하나는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경은은 "태극마크가 없는 유니폼을 받아들었을 때 조금 아쉬웠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까 오기가 생겨서 더 집중하게 됐다"면서 "지금은 태극마크의 유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선수 만큼은 받드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복식의 이용대-고성현과 여자단식 성지현도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