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은퇴, 바벨 놓은 손으로 '펜-꿈나무'잡는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1-08 10:35 | 최종수정 2013-01-08 10:37



15년 가까이 들었던 무거운 바벨을 내려놓기로 했다. 세계를 들어올린 '아름다운 손' 장미란(31·고양시청)의 두 팔에는 이제 펜과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의 손이 자리할 듯 하다.

장미란이 현역 은퇴를 한다. 장미란재단측 관계자는 8일 "장미란이 은퇴 결심을 알려왔다.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벨을 놓는 이유

2010년 2월 고양시청과 3년 계약을 맺은 장미란은 최근까지 재계약 여부를 두고 고심을 해왔다. 4년간 준비해온 2012년 런던올림픽을 마쳤고, 10월 전국체전에서 10년 연속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시기적으로는 2012년이 은퇴의 적기였다. 그러나 "2014년 인천아시안임게임까지 선수생활을 지속해달라"는 체육계 관계자들의 권유가 장미란의 고민을 더욱 깊게 했다.

최근까지 고심을 거듭한 그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은퇴였다. 재단측 관계자는 "장미란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하더라'며 은퇴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왔다.

제2의 인생 설계

장미란이 은퇴를 선언한 이유는 '제2의 인생' 때문이다. 장미란은 은퇴 이후 용인대 박사과정을 마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에 만난 장미란은 "박사과정 2학기를 다니고 있다. 발표랑 숙제가 많아서 새벽까지 공부하고 있는데 피곤하다. 처음에는 학교 생활이 두려웠는데 막상 관심있는 분야를 공부하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올림픽과 전국체전을 준비하느라 미뤄왔던 학업에 열중하겠단다.

헤어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짧게 자른 단발 머리다. "예전부터 머리를 좀 짧게 자르고 싶었는데 운동할 때 방해가 되어서 머리를 묶어야 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 자를 것 같아서 시간이 더 가기전에 결심을 했다."


학업과 동시에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미란재단' 일에도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2월 발족한 장미란재단은 비인기종목의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스포츠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장미란은 지난해 11월 재단 발족 이후 처음으로 해외(말레이시아)에서 힐링캠프를 주최했다. 각 종목 꿈나무 멘티들과 4박 6일간 우정을 나누며 꿈을 공유했다. 장미란은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다녀오고 나니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 꿈나무들을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장미란은 이제 무거운 바벨을 내려 놓는다. 그리고 꿈을 위해 펜을 들고, 후배들의 손을 잡기로 했다.


런던올림픽을 준비할 당시 장미란의 손. 태릉=하성룡 기자
세계를 들어올린 아름다운 손

중학교 3학년때 바벨을 처음 든 장미란은 출발은 늦었지만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였다. 천부적으로 힘이 좋았고, 바벨을 드는 감각도 뛰어나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역도 최중량급(75㎏이상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여성'이 됐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선수권 4연패(2008년 제외)를 달성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4년 전의 한을 풀었다. 장미란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여자 최중량급 인상(140㎏) 용상(187㎏) 합계(326㎏)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하는 등 적수가 없는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교통사고와 부상에 시달리면서 2010년부터 신예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장미란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4위에 그치며 마지막 올림픽을 아쉽게 마감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모조리 휩쓴 '그랜드슬래머' 장미란. 체전에서도 올림픽 못지 않은 철저한 준비로 10회 연속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혹독한 자기 관리, 성실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록을 남긴채 장미란은 세계를 대표하는 여자 역사(力士)에서 살아있는 역사(歷史)가 될 준비를 마쳤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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