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자의 開口]김재범, 김장미, 태극전사들이 가르쳐준 꿈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2-12-31 08:45 | 최종수정 2012-12-31 08:47


런던올림픽 유도 81kg이하급 결승전에서 독일의 비쇼프를 꺾은 뒤 환호하고 있는 김재범.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또 한해가 간다. 똑같은 365일이지만, 항상 같지가 않다. 2012년은 또 달랐다. 또 다른 많은 일이 있었다. 스포츠계도 그랬다.

무엇보다 런던올림픽의 환호를 잊을 수 없다. 무더운 여름, 밤과 새벽이 시원했다. 태극전사들 덕분이다.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아 그리고, 많이 배웠다. 태극전사 한명, 한명이 정말 고마운 스승이었다. 본 기자에게는 그랬다.

그들에게서 꿈꾸는 법을 배웠다. 꿈을 이루는 노력을 배웠다. 우리가, 아니 내가 잊었던 부분이다.

과연 나는 꿈을 갖고 있었던가. 목표는 갖고 살고 있는가. 하루하루를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결론은 "없다"였다. 생각해보니 꿈이, 이렇다할 목표가 없었다. 그저 삶에 쫓겨 살았던 것 같다. 인생은 커녕, 하루의 목표도 없었다.

태극전사들은 달랐다. 꿈을 가졌고, 포기를 몰랐다. 간절한 소망은 결국 열매를 맺었다. 꿈의, 목표의 힘이었다.

김재범은 통쾌한 설욕을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졌던 올레 비쇼프를 꺾었다. 그렇게 꿈꾸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에는 죽기살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죽기로 싸웠다. 그게 답이었다." 그만큼 간절했다.


김재범은 이런 평가를 듣는다. "'타고난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한마디로 재능이 부족했다. 여기에 부상을 달고 다녔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왼쪽 팔과 다리가 엉망이었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였다. 하지만 땀과 정신력으로 모든 걸 이겨냈다. "부상이 정말 많았다. 그럴 때마다 '고난없는 축복은 없다'는 생각으로 기도를 많이 했다. 확신이 생겼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이번에는 1등을 하겠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꿈을 향한 '긍정의 힘'이었다. 꿈이 없었다면? 김재범도 없었을 것이다.

김장미는 여자 사격에서 금메달을 땄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 금메달 만큼 화제가 됐던 게 있다. '스무살 아가씨'의 버킷리스트다.

학교에서 숙제로 내주었던 걸 간직하고 있었단다. '인생 7대 플랜'이다. '15세 첫 대회 1위 입상, 17세때 전국체전 인천대표 1위, 2014년 아시안게임 1위, 25세 은퇴 뒤 26세에 경찰 특공대 들어가기….' 하나씩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이런 목표도 있다. '51세에 고아원 설립, 81세에 재산 고아원 기부.' 참 '건강한' 아가씨다. 그리고 고개가 숙여진다.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얼마전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읽었다. 이런 말이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1년 이상의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데 그건 좋지 않습니다. 억지로라도 수년을 살 것 처럼 계획을 세워야 해요." 암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다. 잡스는 암투병속에서도 계획을 세웠다. 호화 요트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죽음의 순간까지 꿈을 꿨다. 목표를 가졌다.

꿈과 열정, 그리고 노력. 그것의 힘은 무한하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은, 그냥 말이 아니다. 꿈을 가진 사람에게 불가능은 없다. 다만 노력이,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다.

한해가 저물어간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올해 내가 이룬 꿈은 뭐가 있었을까. 내가 세운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부끄럽지만, 이렇다 할 게 없다.

새해에는 꿈을 가져야겠다. 목표를 세워야겠다. 열정을 가져야겠다. 노력을 해야겠다. 태극전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게 배운 것처럼. 잊었던 소중한 것을 일깨워 준 그들이 고맙다. 다가오는 '계사년'에는 꿈꾸는, 꿈을 향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가 됐으면 좋겠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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