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시대'가 열렸다.
55개 가맹단체(준가맹 3개, 인정단체 12개 제외) 가운데 정치인이 회장을 맡고 있는 단체는 6곳이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민주통합당 이종걸 국회의원이 수장인 대한농구협회장이다. 내년 초로 예정된 차기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이미 내홍에 휩싸였다. 원로 농구인들이 주축을 이룬 '한국 농구 중흥을 염원하는 농구인 모임(가칭)'이 이 회장과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방 열 건동대 총장과 이인표 KBL 패밀리 회장, 정봉섭 전 대학연맹회장, 김인건 전 태릉선수촌장, 조승연 삼성 썬더스 고문, 박 한 대학연맹 명예회장, 김동욱 전 WKBL 전무이사 등이 전면에 섰다.
2004년 5월 대한농구협회 제30대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2009년 연임에 성공했다. 3선 도전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측근들에게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데 이 회장과 박 당선인은 악연이다. 저격수로 악명이 높았다. 지난 8월 자신의 트위터에 박 당선인을 '그X'으로 지칭해 물의를 일으켰다. 현재 분위기라면 3선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공룡단체'인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최대 관전포인트다. 축구협회는 연간 예산이 1000억원으로 대한체육회와 맞먹는다. 조중연 현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그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석한 중등축구연맹 회장이 지난달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제3의 세력이라 영향력은 미미하다. 축구계의 여권은 이른바 'MJ(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계'다. 정 명예회장은 16년간 한국 축구를 이끌다 2009년 물러났다. 십수년간 보좌한 조 회장을 지원했지만 잦은 실정이 도화선이 돼 등을 돌렸다. 사촌동생인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현대산업개발 회장)가 정 회장의 지원 하에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7선 의원인 정 회장은 당내 경선과정에서 박 당선인과 대척점에 섰다.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역설했지만 관철되지 않자 불출마했다. 이후 극적으로 화해, 박 당선인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에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자립경영이 가능한 축구협회는 정치권의 외풍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단체다.
야권에서는 두 차례 축구협회장 선거에 도전한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10표를 얻어 화제가 됐다. 현재 물밑에서 탐색전을 펼치고 있다. 지지세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축구계 정권교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변수는 있다. '친박'의 핵심인물로 박 당선인의 수행단장을 지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축구협회 수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출마가 현실이 될 경우 2~3표 정도는 분산될 수 있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시도협회장 16명과 협회 산하연맹 회장 8명 등 24명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과반수의 표(13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1~2표의 위력이 클 수밖에 없다. 선거는 내년 1월 28일 열린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경우 안갯속이다. 박용성 현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조만간 새로운 대항마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농구의 경우 입김이 더 세졌다. 한선교 KBL 총재와 최경환 WKBL 총재는 박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