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박태환의 도전 "공부하면서 성적내는 선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11-07 16:07


2011년 상하이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박태환(23·단국대 대학원)은 스스로를 '막가파'라고 칭했었다. '눈에 뵈는 것없이' 도전하고, 닥치는 대로 훈련하고, 거침없이 역영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막가파'라는 원색적인 단어로 규정했었다.

7일 언론사와의 오찬에서 만난 박태환은 여전히 '막가파'였다. 지난 4년간 동고동락해온 SK텔레콤 전담팀의 둥지를 떠난 뒤 처음 공식석상에서 기자들을 마주했다. "후원사 유무와 관계없이 일단 선수로서 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을 공식화했다. 그 첫 발걸음으로 12일 수영인생의 멘토이자 스승인 마이클 볼 전담코치가 있는 호주 브리즈번 수영클럽을 찾는다고 밝혔다. 향후 구체적인 훈련 스케줄을 논의한다. '명장' 볼 코치는 런던올림픽 이후 중국선수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애제자 '파키(Parky, 박태환의 애칭)'의 진로 확정 이후로 모든 계약을 미뤄뒀다. 박태환이 볼 감독과의 만남을 서두르는 이유다. 볼 코치에 대한 박태환의 믿음은 절대적이다."볼 감독님과 함께 수영하는 것은 재미있다.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아시고, 이 분야의 전문가다. 훈련 스케줄과 프로그램을 의논하고 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태환은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이미 세계 정상에 섰다. 약관 스무살의 나이에 수영선수로서 모든 꿈을 이룬 그가 또다시 험난한 도전에 나서는 이유는 명료했다. "수영을 접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쉬다 보니 경기하던 때가 그립더라"고 했다. 20년 가까이 물살을 갈라온 '400m의 레전드' 박태환은 여전히 수영을 좋아하고 있었다.

지난 여름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의 실격사건은 잔인했다. 세계신기록의 꿈, 올림픽 2연패의 꿈이 날아갔다. 실격 번복 후 따낸 은메달에 대해 외신은 '미라클(기적)'이라 칭하며 극찬했다. 대중은 시련을 이겨낸 영웅의 쾌거에 열광했다. 박태환 스스로도 위기를 딛고 따낸 올림픽 메달에 감사했다. 하지만 승부사답게 아쉬움은 컸다. "못다 이룬 꿈을 향한 아쉬움 역시 어느정도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든든한 둥지 없이 외로운 훈련을 시작한다. 가족같은 정을 나눴던 SK텔레콤 전담팀과의 이별은 섭섭했다. 물밑으로 후원사 얘기는 오가지만, 공식루트를 통한 협상은 아직이다. 박태환은 의연했다. "후원사를 기다리며 운동을 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열심히 훈련하다 보면 좋은 후원사도 나타날 것이고, 그것과 상관없이 선수라면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해서는 "외국이 아닌 인천에서 하는 대회이기 때문에"라며 애정을 표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 개최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스타로서 박태환이 새로이 걸어가고자 하는 길은 가치 있다. 세상에 없었던 '공부하는 선수'의 길이다. 단국대 체육교육학과 대학원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공 3과목 수업을 듣고 있다. "첫 수업에 들어갔는데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겠더라. 내가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 이상 때를 놓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같은 과 동기들과 논산훈련소에서 친해진 명문대생 '전우'에게 문자로 도움을 청하고 있다"며 웃었다."여태까지 우리나라에서 공부와 학업을 동시에 잘해낸 선수는 없었다. '공부하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성적을 내는 첫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드러냈다.

박태환은 천생 선수였다. "수영은 계속하고 싶다. 나이 들어서도 하고 싶고, 수영을 떠나고 싶지 않다. 부담감만 없다면 올림픽도 2~3번은 나갈 수 있다"며 웃었다. "금메달을 따겠다, 쑨양을 이기겠다, 세계신기록을 세우겠다"는 선언적인 말보다 "수영이 좋아서 계속하고 싶다"는 말에는 오히려 신선하고 강렬한 울림이 있었다. '막가파' 박태환다운 선택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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