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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코리아리그]김운학 SK감독 "더 이상 호랑이 선생 아니에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9-10 09:06


◇김운학 SK슈가글라이더즈 감독.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김운학 감독(39·SK슈가글라이더즈)은 전형적인 호랑이 선생님이다. 훈련과 실전 가릴 것 없었다. 단내나는 훈련만이 살 길이라는 모토로 달렸다. 경기 중 터지는 고성과 과도한 액션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았다. 언제 해체될 줄 모르는 팀 환경 속에서 자신까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선수들이 갈 길은 뻔했다. 애뜻한 제자사랑은 마음 한켠에 접어두고 채찍을 들었다.

이런 그가 달라졌다. '자율'이라는 새로운 컨셉을 찾았다. 생활부터 훈련까지 모든 것을 신경쓰던 이전의 모습은 과거가 됐다.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리던 고함과 휘슬 소리도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실전에서 드러나는 승부욕은 여전하지만,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분명 달라졌다. 매일 굳어 있던 선수들의 표정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김 감독은 "이제 내가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잘 훈련한다"고 씩 웃어 보였다.

용인시청에서 SK슈가글라이더즈로 옷을 갈아입은 뒤 찾아온 변화다. 열악하기 짝이 없던 환경은 이제 타 팀 선수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가 됐다. 모기업인 SK루브리컨츠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오로지 핸드볼 만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몸이 편해지면 마음도 풀어지는 법이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도태된다는 것을 김 감독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운동을 해 본 경험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핸드볼코리아리그 정규리그 세 경기를 남겨둔 SK는 승점 12(6승5패)로 전체 8개 팀 중 5위에 그쳐 있다. 올 초 해체와 재창단 과정을 겪으면서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훈련 시간을 감안하면 5할 승률을 유지한 것도 다행스럽다. 4위 컬러풀대구(승점 14)와의 승점차는 2점. 남은 세 경기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경기 일정이 만만치 않다. 광주도시개발공사전을 치른뒤 상위권에 포진한 서울시청과 인천시체육회를 차례로 상대한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면서 "큰 욕심은 내지 않는다. 그저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해 주길 바랄 뿐"이라며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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