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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전과 신화 그리고 환희와 눈물로 물든 '70억 지구촌의 축제'가 17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22개 종목에 245명의 선수들을 파견한 한국은 '10-10' 목표를 여유있게 달성했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순위 5위에 올랐다. 역대 최다 금메달을 작성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금 13개)과 같은 성적을 냈다. 스포츠조선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국민들을 울고 웃게 했던 장면들을 재조명했다.
1m59의 '작은 거인' 양학선
'도마의 신' 양학선(20·한체대)은 런던올림픽 '핫스타'다. 난도 7.4, 세상에 없던 원천기술 'YANGHAKSEON(양학선, 일명 '양1')을 들고 세계를 제패했다. 1차시기 '양1'의 착지가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2차시기 스카라트리플을 완벽하게 꽂아냈다. 1m59의 작은 거인이 한국 체조 50년 '노골드'의 한을 마침내 풀어냈다. 금메달을 목에 걸자 인생이 달라졌다. 자신이 자란 전북 고창의 비닐하우스 단칸방이 화제가 되자 SM그룹이 35평형 아파트(시가 2억 원 상당)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대한체육회와 정동화 대한체조협회장으로부터 금메달 포상금도 받을 예정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5억 원의 격려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양학선은 부담감도 크다. '가난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댓글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올림픽 2연패 뿐이다. '양2'로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양학선이다.
기보배(24·광주시청)의 수식어는 '얼짱 궁사'였다. 얼짱 뒤에는 무서운 칼이 숨겨져 있었다. 대담함이었다. 세트제가 도입된 런던올림픽에서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여자 개인 결승전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에서도 금메달을 일궈냈다. 여자단체전까지 2관왕에 올랐다. 기보배 승리의 기운은 오진혁(31·현대제철)이 이어받았다. 오진혁은 후루카와 타카하루(일본)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세트포인트 7대1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오진혁은 뒤늦게 만개했다. '게으른 베짱이'에서 한국 남자 양궁대표팀의 당당한 에이스로 변신했다. 둘의 인연도 단연 화제였다. 기보배와 오진혁의 러브스토리가 밝혀졌다. 오진혁은 "기보배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혼 계획은 아직 없다. 차차 한국에 돌아가서 이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이 되면 결혼 계획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격, 펜싱, 또 하나의 '신효자 종목'
한국의 전통적인 올림픽 효자종목은 양궁, 유도, 태권도 등이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지형도가 바뀌었다. 사격이 대표 효자종목으로 거듭났다. '간판' 진종오(33·KT)가 남자 10m 공기권총와 주종목인 5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겁없는 막내' 김장미(20·부산시청)도 한국 사격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연 주인공이다. 김장미는 25m 권총에서는 결선에서 금빛 총성을 울렸다. 한국 펜싱은 '펜싱의 종주국' 유럽의 중심에서 빛나는 칼의 노래를 불렀다.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최병철의 플뢰레 첫 동메달 이후 2일 정진선(에페 동), 김지연(사브르 금) 3일 여자 플뢰레 단체(동), 4일 남자 사브르 단체(금), 5일 여자 에페 단체(은)에 이르기까지 닷새동안 릴레이 메달을 따내며 펜싱코리아의 위용을 과시했다.
동메달 신기원 이룩한 홍명보호
홍명보호는 런던올림픽에서 신기원을 이룩했다. 아무도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다.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았다. 멕시코(0대0 무), 스위스(2대1 승), 가봉(0대0 무)을 뛰어넘고 8강 티켓을 따냈다. 8강에선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영국 단일팀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다. 4강에서 아쉽게 브라질에 0대3으로 패했지만, 동메달결정전에서 숙적 일본을 2대0으로 제압했다. 처음에는 미진했던 드림팀이 꿈을 이루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팀 스피릿'으로 한국 축구 역사를 다시 썼다. 거스 히딩크의 그림자를 지웠다.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셀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해외파와 박종우(부산) 정성룡(수원) 등 국내파의 환상적인 조합도 동메달 획득의 원동력이었다. '런던 세대'는 이제 '황금 세대'가 됐다. 10년간 한국축구을 이끌 '홍명보의 아이들'은 한국축구가 낳은 자산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