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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새벽(한국시각) 런던올림픽 개막식의 총연출을 맡은 명감독 대니 보일의 발칙한 재치가 돋보이는 퍼포먼스들로 성대한 막을 올리고,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경의 'Hey Jude'를 들으면서 소름돋는 전율을 느낀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6일이 지났고, 2012년 런던올림픽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16일의 기간 동안 각국을 대표해 참석한 모든 종목의 선수들은 4년 동안 흘린 땀방울을 유감없이 쏟아 부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선수들도 있는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선수들도 생기면서 희비가 교차되었다.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친 선수들 모두가 승리자이며 챔피언이다.
372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대한민국은 올림픽 초반 남자 수영 400m에 출전한 박태환의 실격 해프닝, 남자유도 66kg급 8강전에 출전한 조준호의 판정 번복 해프닝,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 4강전에서 1초의 위력(?)을 느끼게 해준 신아람이 당한 편파판정 등 악재가 속출하면서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밤잠을 설치고 중계방송을 시청한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하지만 불편부당한 악재와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최고의 멘탈로서 역경을 극복했고,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1. 새로운 금빛 영역을 개척하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획득하여 종합 5위를 기록하였다. 역대 올림픽 성적 중 홈에서 개최한 88 서울 올림픽을 제외하면, 가장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후 64년 만에 다시 맞이한 런던 땅에서 대한민국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하였다. 금메달 분포를 살펴보면 사격 3개, 양궁 3개, 펜싱 2개, 유도 2개, 체조 1개, 레슬링 1개, 태권도 1개 등인데,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격, 펜싱, 체조에서 선전을 기록한 부분이다. 특히 선진국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펜싱에서 대한민국은 간판스타 남현희가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여자 사브르 개인전의 김지연,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역대 올림픽 출전사상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 펜싱협회의 과감한 투자가 결실을 본 것이다. 경기 초반 신아람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편파판정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던 펜싱은 선진국들의 텃세를 보란 듯이 실력으로 극복하며 대한민국 스포츠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체조에서는 도마의 양학선이 그만의 전매특허 초고난도 기술인 '양'을 사용하여 대한민국 올림픽 출전사상 최초로 체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게 된다. 16년 전 1996 아틀랜타 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여홍철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던 한을 깨끗이 치유해주는 쾌거였다. 양학선은 아직 번듯한 집을 마련하지 못한 채 비닐하우스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극심하게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이에 감명 받은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양학선에게 5억원의 격려금을 쾌척하였으며, 중견 건설기업인 SM그룹에서는 양학선에게 아파트를 제공하기로 약속하여 화제를 모았다. 양학선의 부모님이 너구리 라면을 좋아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농심그룹은 양학선에게 평생 너구리 라면을 무상지원하기로 약속하기도 하였다.
전통적인 효자종목인 양궁, 유도, 레슬링에서도 값진 성과가 나왔다. 양궁은 남자 단체전 1종목만 제외하고 여자 개인, 단체, 남자 개인전을 모두 휩쓸면서 최강국의 지위를 다시 한 번 입증하였다. 여자개인전 우승자인 기보배와 남자 개인전 우승자인 오진혁이 서로 커플인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유도에서는 81kg급 김재범이 다시 결승에서 만난 독일의 비쇼프를 상대로 4년전 은메달의 한을 깨끗이 설욕하면서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경기가 끝난 후 은메달 수상자인 비쇼프가 보여준 최고의 매너는 팬들 사이에서 훈훈한 화제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남자 90kg에 출전한 34세의 노장 송대남은 자신의 은퇴무대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값진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송대남과 정훈 감독이 서로 맞절을 하는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모습은 더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레슬링에서도 남자 60kg 그레코로만형에 출전한 김현우가 한쪽 눈이 퉁퉁 부은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하여 레슬링에서 8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한쪽 눈이 퉁퉁 부었지만 김현우의 얼굴은 거친 레슬링과는 좀처럼 매치가 되지 않는 훈남의 모습이었다. 태권도는 역대 올림픽 출전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는데, 그만큼 전력이 평준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결과였다. 수시로 바뀌는 규정에 좀 더 치밀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유도 종주국 일본도 사상 최초로 유도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하였다. 이제 종주국의 프리미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여실히 입증되었다.
2. 금메달보다 더 값진 투혼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한민국 선수단과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어처구니없는 판정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한 박태환의 실격 해프닝이었다. 예선에서 여유로운 레이스를 펼치면서 박태환은 1위로 골인한다. 하지만 박태환은 레이스 이후 심판진의 비디오 판독에 의해 실격처리가 되면서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SNS는 뜨겁게 달구어진다. 이 와중에 MBC 중계방송 해설위원이 중국심판이 판정을 내린 것이라는 확인도 되지 않은 사실을 방송에 그대로 내보내는 바람에 토요일 오후 대한민국의 인터넷은 들끓게 된다. 그리고 실격 당한 직후 박태환을 무리하게 인터뷰한 MBC는 개막식 중계방송에서 연이은 실수(배수정 발언, 폴 매카트니 공연 중간차단)와 더불어 네티즌들의 비난 폭격을 받게 된다.
결국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면서 박태환은 우여곡절 끝에 결승에 진출하게 된다. 판정이 번복되는 3시간여 동안 박태환의 멘탈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결승전에 대비한 준비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강력한 정신력을 발휘하면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값진 성과를 이룬다. 24세 청년 박태환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보통 사람들이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역경포화를 받으면서도 강한 멘탈로 극복하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의 주역인 사재혁과 장미란은 각각 부상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심금을 울린다. 사재혁은 혼신의 힘을 다해 바벨을 들어 올리다가 팔꿈치에 큰 부상을 입게 되고, 장미란도 새로운 경쟁자들이 대거 등장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펼치면서 금메달보다 더 위대한 성과를 거둔다.
3. 스마트한 도전의 결실
구기종목 에서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야구가 국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면,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자축구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멕시코, 스위스, 가봉 등을 상대로 1승 2무를 거두면서 8강에 진출하고, 8강에서는 개최국이자 축구 종주국인 영국을 상대로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심판의 편파판정을 실력으로 극복하면서 올림픽 출전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는 위업을 달성한다.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의 벽에 막히지만 3,4위전에서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2-0의 통쾌한 완승을 거두면서 새벽잠을 포기한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출정 당시 올림픽 메달 획득이 목표라고 밝힐 때만 해도 쉽사리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능력 있는 외국인 감독을 앉혀 놔도, 초호화 멤버들로 편성해도 올림픽 메달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 경력 4년차에 접어드는 홍명보 감독은 선수시절 캡틴으로서 2002 한일월드컵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한데 이어 감독으로서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룩한다.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동시에 냉정한 판단력과 원칙으로 선수단의 팀워크와 전력 업그레이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홍명보 감독의 '스마트 리더십'은 한국 축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한국 축구 황금세대로 거듭날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스마트한 도전은 앞으로 더 큰 성취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4. 대한민국 낭자들의 힘
올림픽과 같은 국제무대 구기종목에서 전통적으로 여자 선수들이 효녀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여자배구와 여자핸드볼의 투혼이 돋보였다. 여자배구의 경우 열악한 인프라와 지원 속에서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비록 3,4위전에서 일본의 벽에 막혀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예선에서 이번 대회 우승팀 브라질을 3-0으로 완파하는 기염을 토했고, 전통의 강호인 세르비아, 이탈리아 등을 연달아 격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주포 김연경은 대회 득점왕에 오르면서 세계 톱클래스의 경지에 올라있음을 여실히 증명하였다. 김연경은 현재 원 소속팀 흥국생명과 해외진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축구에 비유하자면 박지성이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국내 K리그 구단과 협회가 그의 발목을 옥죄고 있는 상황과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김연경이라는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소중한 자원을 이대로 썩히느냐는 흥국생명과 협회의 결단에 달려있다.
언제나 안타까움과 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여자 핸드볼은 남자 선수들과 비슷한 체격의 유럽 선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8회대회 연속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였다. 주전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교체 선수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은 자신들의 모든 힘과 땀을 코트에 쏟아 부었다. 비록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에 흘린 아쉬움의 눈물이 4년 뒤 브라질에서는 반드시 기쁨의 눈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매번 국내무대에서는 남자 선수들에 비해 푸대접을 받는 여자배구와 올림픽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여전히 찬밥신세인 여자핸드볼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동안 보여준 투혼과 감동에 이제 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줘서 보답할 필요가 있다.
리듬체조에 대한민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진출한 요정 손연재는 5위에 올랐는데, 곤봉에서의 실수만 없었다면 동메달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호성적이었다. 비록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18세 손연재가 거둔 성과는 그 어느 메달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이미 손연재의 시선은 4년 후 브라질을 향해 있다. 그녀가 앞으로 펼칠 아름다운 율동은 더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5. 올림픽 중계방송 결산 : SBS 도약, KBS 안정감, MBC 멘붕
이번 올림픽은 KBS, MBC, SBS 3개 방송사가 분담하여 맡았는데, 전통적으로 KBS나 MBC에 비해 SBS는 노하우나 중계 수준에서 다소 열세를 면치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단독중계를 맡았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함량 미달 수준의 해설자와 관중과 똑같이 평정을 되찾지 못하고 중계방송에 임한 일부 캐스터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바 있었다. 하지만 SBS는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에 대비해 여러모로 철저하게 준비한 흔적이 돋보였다. 런던 '힐링캠프' 프로그램 편성, 중간에 삽입된 주크박스 코너 등 다양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들었고, 무엇보다도 중계를 맡은 캐스터와 해설진들의 역량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특히 중계방송 도중에 일부 해설자들이 경기에 너무 몰입되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 캐스터들이 경기에 대해 좀 더 냉정한 해설을 부탁하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전 밴쿠버 올림픽 중계방송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또한 축구 중계를 맡은 배성재 아나운서, 차범근 해설위원 콤비는 배성재 아나운서의 활기찬 진행과 촌철살인의 재치가 느껴지는 멘트, 그리고 차범근 해설위원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정감 넘치는 해설이 조화를 이루면서 가장 재미있는 중계방송을 전달하였다. 향후 축구 중계에서 배성재-차범근 콤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명콤비로 거듭날 전망이다.
KBS는 조건진, 서기철, 최승돈 등 노련한 아나운서들을 배치하여 안정감 있는 중계방송을 전달하였다. 하지만 너무 안정된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가끔 보다보면 1990년대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였다. 전통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KBS다웠지만 좀 더 생동감 넘치는 진행이 아쉽게 느껴졌다.
장기간에 걸친 노조 파업사태로 어수선했던 MBC는 런던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노조가 파업을 중단했지만, 전문성과 노하우가 풍부한 노조출신 핵심인력들을 이번 런던 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철저히 배제하였다. 그 결과 이번 MBC 런던올림픽 중계방송은 개막식 중계부터 삐걱거렸다. 경험이 일천한 오디션 프로그램 입상자 출신의 배수정을 개막식 중계에 배치하였고, 한국어가 서투른 배수정은 급기야는 한국어로 자신이 '영국인이어서 자랑스럽다'라고 거침없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소감을 전달하였다. 또한 개막식 최고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였던 폴 매카트니 경의 공연 도중 개막식 중계방송을 가위질하는 어처구니 없는 편성의 품격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실격판정 직후 어리둥절해 있는 박태환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왜 실격당한 것 같냐고 거침없이 질문을 날려대는 리포터, 손연재의 리듬체조 공연 직후 다음 순서에 출전한 선수의 공연장면 대시 손연재의 공연 장면을 다시 틀어주는 과잉 편성, 아나운서로 간 것인지 패션모델로 간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양승은의 희한한 패션 등은 올림픽 기간 내내 MBC 중계방송을 '멘탈붕괴' 상태로 몰고 가는 역할을 하였다. 전문성이 있는 인력들을 대거 배제한 오만과 독선은 MBC 중계방송에 대한 이미지를 땅 끝으로 추락시켰다.
6. 좋은 어록, 재치있는 어록, 이상한 패션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최고의 어록을 꼽는다면 유도 81kg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재범의 멘트이다. "4년 전에는 죽기 살기로 덤볐지만, 이번에는 죽기로 덤볐다." 이 짧은 멘트 속에 그가 4년 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절실하게 임했는지 가슴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멘트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새겨들어야 될 교훈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무엇을 하든 간에 죽기로 임한다는 절실한 각오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 남자축구 스위스와의 조별 예선에서 모히칸 헤어스타일의 스위스 수비수 모르가넬라가 거친 매너로 기성용과 대립하자, 중계를 담당하던 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진정한 파이터는 눈빛으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기성용 선수한테 걸리면 없습니다."라는 멘트로 새벽에 축구를 보던 필자의 박장대소를 유도하였다. 압권은 다름 아닌 모르가넬라가 박주영과 볼 경합 도중 전혀 물리적 충돌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혼자 헐리웃 액션으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심판의 착시를 일으켰을 때이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어처구니없는 이 장면을 보면서 "뭐하는 건가요. 지금. 경기장에 벌이 있나요? 선수가 벌에 쏘였나 봅니다."라는 재치만점의 멘트로 새벽에 배꼽을 쥐게 만들었다. 스위스와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한 직후 배성재 아나운서는 자신의 트위터에 팔로우를 많이 신청해달라는 애교(?)를 덤으로 보여주기도 하였다. 명쾌한 진행과 재치가 넘치는 배성재 아나운서는 이번 올림픽이 낳은 중계방송 스타 중의 한 명이다.
MBC 양승은 아나운서는 올림픽 초반 마치 장례식 의상을 연상케 하는 패션과 딤섬 뚜껑을 연상하게 하는 해괴망측한 모자로 빈축을 샀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준비해간 모자와 꽃 장식들을 연달아 머리에 꽂는 오기를 과시하였다. 아테네 올림픽 당시에도 김주하 아나운서가 여신을 연상하게 하는 의상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이번 양승은 아나운서처럼 비난을 받지는 않았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양승은 아나운서가 최근 보여준 행보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동료들이 공정한 방송을 위해 마이너스 월급 통장을 감수하면서 투쟁하는 와중에 양승은 아나운서는 느닷없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면서 천연덕스럽게 방송에 복귀하여 주말 뉴스 앵커자리를 꿰차게 된다.
이런 모습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게 되었고, 결국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양승은 아나운서는 자신이 튀어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비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것이다. 아나운서로서 신뢰를 상당 부분 상실한 그녀가 얌전하게 올림픽 소식을 전달해도 모자랄 판에 황당한 패션으로 튀어보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시청자들의 괘씸죄를 산 것이다. 이번 올림픽 'WORST 패션'으로 단연 0순위이다. 아나운서 입사 전에 아역 탤런트로도 활동한 바 있는 양승은 아나운서의 쇼맨십을 감안하면 차라리 아나운서보다는 탤런트가 더 적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신의 계시를 통해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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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초반 각종 오심의 피해자가 된 대한민국 선수단은 본의 아니게 큰 상처를 받았다. 물론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국민들도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박용성 회장은 놀라운 침착성과 냉정함을 유지하였다. 유도의 조준호의 판정번복 해프닝과 펜싱의 신아람의 오심 건에 관련하여 IOC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하면서 온갖 비난의 화살을 감수해야만 했다. 최근에 박용성 회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펜싱의 경우 3,4위전을 보이콧 했다면 신아람은 단체전에도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을 것이라 하면서 당시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펜싱협회 관계자들과 코칭스태프들의 무능함을 질타하기도 하였다.
또한 펜싱 심판위원의 이메일에 온갖 욕설을 담은 수천통의 메일을 보낸 국내 네티즌들의 매너를 꼬집으면서 올림픽 세계 5위에 걸맞은 매너를 보여야 된다고 나무라기도 하였다. 물론 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박용성 회장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세계 5위의 스포츠 강국에 걸맞는 외교력이 실종된 것이다. 처음부터 조준호 선수나 신아람 선수에 대한 편파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도록 여건을 조성했어야 하는데 이는 스포츠 외교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역량의 문제이다.
박용성 회장의 태도는 집에 도둑이 들지 못하게 아무런 방범장치도 해놓지 못하고선 정작 집에 도둑이 든 다음에 분통터져 하는 가족들을 두고 나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박용성 회장뿐만 아니라 IOC 위원으로 활동 중인 세계 일류기업을 지향하는 기업의 CEO와 이제 막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인물들의 활동은 상당히 미미하였다. 아예 올림픽에 관심조차 없었던 것인지 오해가 들 정도이다. 체조의 경우 양학선의 금메달 획득을 위해 사전에 국제대회를 유치하여 올림픽에서 심판위원으로 활동하게 될 심판진을 대상으로 양학선의 초고난도 기술을 별도의 전문기술로 인정받도록 하는 수완을 발휘하였고, 결국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이번 올림픽을 접하면서 느낀 점은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실력에 비해 위상은 너무도 초라하다는 것이다. 이는 외교력의 문제이다. 4년 후 브라질에서도 어이없는 편파판정에 분노하는 일이 없도록 외교역량을 발휘하여 국제 스포츠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16일 동안 해리포터의 나라 영국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해리포터의 마법을 능가하는 아름다운 판타지를 국민들에게 선사하였다. 2012년 한여름 밤의 꿈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기쁨과 힐링을 선사해준 대한민국 선수단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