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태권도가 재밌어진' 황경선, 올림픽 2연패 이루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8-11 00:18 | 최종수정 2012-08-11 06:32


황경선(왼쪽). 런던=올림픽공동취재단.

"요즘 태권도가 너무 재밌어요."

런던으로 출국하기 전 황경선(26·고양시청)이 한 말이다. 선수생활의 끝을 향하고 있어 이례적인 말로 느껴졌다. 황경선이 누구인가.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올림픽대표 선발전을 유일하게 3회 연속으로 돌파한 한국 태권도의 간판이다. 그녀는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다리 부상에도 금메달을 따냈다. 모든 것을 이룬 그녀가 다시 태권도가 재밌어지다니. 황경선은 이렇게 설명했다. "태권도가 직업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재미가 없었다. 솔직히 억지로 주입식으로 해야 하는 부분때문에 흥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재밌다. 내 스스로 즐기면서 하니까 경기 결과 보다는 시합에 나가서 빨리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녀는 한쪽 다리로 금메달을 따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부상의 여파는 계속됐다. 황경선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했더니 지는 경기가 늘어났다. 자신감도 떨어졌다. 스스로 이를 '금메달 트라우마'라고 표현했다. 다행히 소속팀 동료들이 그녀를 감싸줬다. 황경선은 "소속팀 언니들이 '네가 최고야'라면서 기운을 북돋아줬다. 학교때와 달리 실업팀에서는 내 생활도 하면서 정신적으로 다스릴 수 있었던 부분도 큰 힘이 됐다. 자신을 내려놓으니까 지는 것도 무섭지 않고, 운동 자체가 재밌어지더라"고 했다.


황경선이 그동안 딴 금메달. 구리=박찬준 기자
그래도 올림픽은 올림픽이었다. 세번째 올림픽이었지만 부담감은 어쩔 수 없었다. 황경선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노하우가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첫번째 올림픽은 멋모르고 참가했고, 두번째 올림픽은 금메달에 대한 무한 자신감을 갖고 나갔다. 세번째 올림픽의 화두는 유종의 미였다. 그녀는 이를 위해 고된 훈련을 견뎠다. 특히 해병대 훈련캠프서 땡볕에 서있을때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3회 연속 출전하며 자신 때문에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은 그녀를 다시 한번 깨웠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발차기를 날렸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황경선은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황경선은 11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이하급 결승에서 터키의 누르 타타르를 12대5로 제압했다. 매경기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상대를 압도한 황경선은 결승에서도 노련한 플레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태권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가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6세때 호신용으로 배운 태권도는 황경선의 운명이 됐다. 그녀는 올림픽 금메달을 '그동안 고생했던 것을 한번에 씻겨주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정의했다. 두번이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목표가 있다. "태권도 하는 동안 경지에 도달해보고 싶어요." 진정으로 태권도를 즐기게 된 런던올림픽은 그녀의 꿈을 한걸음 더 다가가게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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